북한의 대미협상 책임자인 최선희(53) 외무성 미국국장이 다음 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국장의 이번 모스크바행은 특히 러시아 측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ㆍ미사일 도발, 그에 대한 미국 측의 ‘군사적 옵션’ 거론 등으로 북미 간 강경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본격적인 중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국장은 다음 주 후반쯤 모스크바에서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특임대사와 회담을 갖고 한반도 위기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르미스트로프는 러시아 측 한반도 문제 담당 특임대사이며,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이기도 하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의 최근 행보를 볼 때, 최 국장의 러시아 방문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2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모스크바로 초청,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 18일에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가 최 국장을 만나기도 했다. 미국과 북한 입장을 순차적으로 파악한 뒤, 이번에는 아예 북한의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 국장을 러시아로 초청한 것이다.
러시아 측은 내주 회담에서 지난 7월 자국과 중국이 공동 제안했던 한반도 위기 해결 로드맵(단계별 문제 해결 구상)을 재차 강조, 당사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러-중 로드맵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추가 시험 중단 발표 및 비확산 공약,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 축소(1단계)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2단계) ▦다자협정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지역 안보체제 논의(3단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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