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여성 부호이자 프랑스 로레알그룹의 상속인인 릴리안 베탕쿠르가 2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5세.
베탕쿠르의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메이예 등 유족은 21일 성명을 내고 고인이 전날 밤 파리 시내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상속인인 베탕쿠르는 지난 3월 미 경제전문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최상위 부호 명단에서 자산 395억달러(약 44조7,535억원)로 전체 순위 14위를 차지, 여성 중 세계 최고 갑부 자리에 올랐다.
베탕쿠르는 선친인 외젠 슈엘러가 1907년 창업한 로레알에서 15세에 조수로 취직해 일을 배웠고 1957년 아버지가 별세하면서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는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지만 2012년까지 이사회에 참석하며 경영에 사실상 참여했다. 이 기간 로레알은 랑콤, 메이블린 등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적인 회사로 자리 잡았다. 베탕쿠르 가문은 프랑스 전체 상장사 중 4위 규모인 로레알의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베탕쿠르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도 거의 응하지 않는 등 사생활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막대한 재산과 유명인과의 친분, 재산을 둘러싼 소송 스캔들 등으로 구설에 시달려왔다. 대표적인 예로 로레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베탕쿠르의 딸은 2007년 베탕쿠르와 절친한 사진작가 프랑수아-마리 바니에를 고소해 수년간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베탕쿠르의 딸은 바니에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를 속여 고가의 미술품과 현금 등 막대한 재산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검찰은 바니에를 베탕쿠르로부터 10억 유로(약 1조3,530억원) 이상 가로챈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 중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최측근도 함께 기소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수년간 이어진 소송은 2015년 법원이 바니에와 베탕쿠르의 재산 관리인 등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일단락됐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은 2011년 베탕쿠르가 치매로 인해 재산관리 능력이 상실됐다며 후견인을 지정하기도 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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