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전쟁 당시 북한군과 싸우다 숨진 경찰관의 유해가 추석을 앞두고 67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는 22일 6ㆍ25 전사자인 고 구창신 경사의 손자 구봉호(61)씨의 인천 자택을 방문해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와 유품들을 전달했다. 이른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다.
국방부에 따르면 1910년 전남 장흥 태생인 구 경사는 전남 강진경찰서 소속 경찰관으로 일하던 1950년 6ㆍ25 전쟁이 터지자 나이 마흔에 참전했다. 당시 딸 셋,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이었다. 전쟁 초기 북한군은 한 달 만에 남해안까지 밀고 내려왔고 구 경사는 7월 27일 완도로 철수한 지역 경찰에 속해 해상유격전을 벌였다. 얼마 뒤 구 경사는 북한의 완도 상륙을 저지하는 전투에서 총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구 경사의 유해를 찾는 데에는 지역 주민과 유족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할아버지 시신이 고금도에 묻혔다는 마을 주민이 말을 들은 손자 구봉호씨는 고금도를 수 차례 방문, 매장지로 짐작되는 장소를 찾았다. 구씨는 이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제보했고 유해발굴감식단은 6ㆍ25 당시 경찰 전투 기록 등을 토대로 올 3월 발굴 작업에 착수, 전남 완도군 고금면 덕동리에서 구 경사의 유해를 수습했다.
신원도 금세 확인됐다. 구 경사의 딸 구정자(81)씨가 아버지 유해를 찾으려고 이미 2012년 지역 보건소에 찾아가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놨기 때문이다. 입원 치료 중이어서 귀환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구정자씨는 “6ㆍ25 때 고금도에서 아버지와 헤어진 기억이 난다”며 “아버지를 찾게 돼 감격스럽다. 국방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구 경사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 안장식은 경찰청 주관으로 열린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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