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V30 카메라 핵심부품 생산현장
티끌만 들어가도 불량품 판정에
9단계 방진 작업 마쳐야 입장
#2
로봇팔이 밀봉된 기기 속에서
센서 위에 렌즈 6겹 쌓아 올려
“성능시험이 전체 공정 3분의 2”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LG이노텍 공장은 요즘 풀가동 중이다. 21일 국내 출시된 LG전자 스마트폰 V30의 ‘눈’ 카메라 모듈이 여기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카메라 모듈이란 렌즈를 통해 들어온 광학적 신호(빛)를 이미지 센서에서 전기적 신호(영상)로 바꿔 사용자가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에 띄워주는 초소형 부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멜로, 스릴러 등 15가지 장르 영화의 느낌이 나게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네 비디오’, 화면 안의 특정 대상만 영화 주인공처럼 흔들림 없이 줌ㆍ인아웃 해주는 ‘포인트 줌’ 등 V30만의 차별화된 카메라 기능은 다 이 부품에서부터 시작한다.
카메라 모듈 제조 공장은 병원 수술실보다도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는 게 생명이다. 아주 작은 티끌 하나라도 렌즈에 묻으면 불량이 된다. 그래서 공장 직원들은 얼굴 화장이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마치 우주복을 연상케 하는 방진복을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려야만 출입할 수 있다.
기자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민낯을 감행하고 20일 찾은 LG이노텍 광주 공장은 입구에서부터 깐깐한 절차로 취재진을 반겼다. 외부 출입자용인 분홍빛 방진복에 방진화, 방진모를 착용하는 게 첫 단계다. 얼굴엔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방진복에 달린 마스크를 또 한 번 덮는다. 장갑도 두 겹을 낀다. 여기에 접착롤로 혹시나 붙어있을지 모를 먼지를 떼어내고, 다시 바람을 쐐 날려 보낸다. 정전기 테스트, 방진화 바닥 세척, 손 세척까지 하니 마침내 입장 준비가 끝이 났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바닥에 촘촘히 박혀있는 공기 흡입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이물질도 떠다니지 못하도록 공장 내 공기 흐름을 계속 위에서 아래로 향하게 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1세제곱피트(ft³ㆍ약 30cm 길이의 정육면체 크기)당 초미세먼지의 5분의 1 크기(0.0005㎜) 먼지가 10개 이하로 유지된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생산 공정의 핵심은 이미지 센서 위에 렌즈를 얹는 ‘액티브 얼라인’이다. 완전히 밀봉된 2m 높이의 커다란 기기 안에서 로봇팔이 손톱 절반 크기의 이미지 센서 위에 렌즈 6개를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다. 로봇팔은 1마이크로미터(㎛ㆍ1,000분의 1㎜) 단위로 렌즈를 분주히 움직이며 이미지 센서와 완전히 초점이 맞도록 위치시키고 있었다. 렌즈 6장이 센서에 완벽히 얹어지기까지는 10초가 채 걸리지 않아, 지켜보는 10여 분 동안 총 60여 개가 뚝딱 완성돼 나왔다.
생산을 마치고 나면 모듈의 성능과 내구성 시험이 이어진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성능 시험이 전체 공정 시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V30는 카메라를 빠르게 움직여도 0.1초 안에 초점을 잡아주는 기능, 손떨림 보정 기능 등이 강화돼 성능 시험도 더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초당 약 10번, 최대 10만번을 흔들어도 초점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어야 내구성 검사로 넘어간다.
내구성 검사는 총 15단계다. 최저 영하 40도, 최고 영상 85도의 다양한 온도에서 버틸 수 있는지, 황사 바람을 뿌려도 렌즈 속에 티끌이 침투하지 않는지, 최고 1.5m 높이에서 계속해서 떨어뜨려도 렌즈가 망가지지 않는지 등 다양한 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합격’ 판정을 받고 다른 부품들과 합체될 준비를 한다.
이처럼 철저한 품질 관리 덕에 “불량품은 절대 나올 수 없다”고 LG전자와 LG이노텍은 자신하고 있다. 박창곤 LG이노텍 상무는 “스마트폰 카메라 6년 연속 세계 1위의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집약한 게 V30”라며 “누구나 최고의 카메라 성능을 쉽고 편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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