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장착된 내비게이션(navigation)은 영어로 길을 안내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사측에 따르면 설정 화면에서 우리말 또는 영어로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이 기능은 본래 주한 외국인 또는 외국 관광객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tailor-made service)다. 이 내비게이션이 택시나 렌트카에 장착되면(equipped) 외국인들이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readily available information), 외국인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번역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내국인들의 경우에도 활용도가 높다고 전했다.
필자가 이른바 ‘내비게이션 영어’를 확인해 보니 운전자가 실제 도로 주행 중에 맞닥뜨릴 수 있는 갖가지 경우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절묘하게(felicitously) 입력해 두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개중에는 완벽한 영어라고 보기에 어려운 것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통하는 영어’를 쓰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완벽한 영어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상황에 맞춰 통하는 영어를 배우고 가르친다면 영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국내 영어교육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새겨들을 만하다.
각설하고 “3개 차선이 맨 오른쪽 한 개 차선으로 줄어드니 주의하세요”에 대한 내비게이션 영어 안내는 “Be careful. The last of the three lanes will merge”라고 나온다. lane은 차선이라는 뜻인데, 버스 전용 차선(bus-only lane)과 버스 전용 차선제(bus-only lane system)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단어다.
운전을 하다 보면 갈라지는 도로를 만날 때가 있다. 이때 “전방에 갈라지는 도로가 있습니다. 다시 만나는 도로이므로 양쪽 모두 주행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는 “The road will be divided into two roads, but the two roads will merge again later”라고 나온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톨게이트에 다다르면 “일반 차량은 중앙에 보이는 하이패스 오른쪽 톨게이트를, 하이패스 차량은 중앙에 보이는 하이패스를 이용하세요”라는 안내 메시지를 받는다. 이것은 “Go to the tollgate on the right side of HiPass tollgate in the middle if you’re not using HiPass. If you are, pass through the HiPass tollgate in the middle”이라고 나타낸다.
그나저나 필자와 같이 매번 다니는 길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소위 ‘길치’인 사람들은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길치(길눈이 어두운 사람)’는 영어로 directionally challenged people이라고 쓸 수 있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뜻하는physically or mentally challenged people이라는 표현에서 빌려온 것이다.
안성진 코리아타임스 어학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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