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경기 자신감에 긴축 전환
“보유자산 수년 걸쳐 축소” 밝혀
기준금리 연내 추가 인상 시사
이주열 한은 총재 “예상된 조치
국내 금융시장 큰 영향 없을 것”
美 금리 올리면 한국보다 높아져
가계부채 증가ㆍ자금 유출 등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내달부터 자산축소 방식으로 지난 9년 간 시장에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의 통화 정책은 긴축으로 방향을 틀어 속도를 내면서 우리나라도 금리인상 압박과 자본유출 및 가계부채 부실 우려 등이 높아지고 있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내달 100억달러 규모를 시작으로 수년에 걸쳐 보유자산을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자산 축소 규모를 월 50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준이 자산 축소에 나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그 동안 만기가 도래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왔다. 이에 따라 연준의 보유자산은 2008년 1월말 9,000억달러에서 최근 4조5,000억달러로, 5배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ㆍ16조7,000억달러)의 27%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달 채권을 팔아 시중의 돈을 회수하는 긴축 정책을 편다.
연준은 또 자산축소의 금리 상승 효과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1.00~1.25%)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다만 연준 위원들은 경제전망치(점도표)에서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장에선 오는 12월 금리 인상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긴축은 자산축소와 금리인상이라는 두 축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연준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다.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로, 지난 6월 당시 전망치(2.2%)보다 상향 조정됐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회복세가 강한 추세”라며 “경제의 상당한 진전이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이제 미국의 긴축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1일 “연준이 자산 축소 계획을 예정대로 한 것이어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도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이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 기준금리(1.25%)보다 높아진다. 외국 투자자본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을 찾아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 총재는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과 관련, “일반적으로 내외 금리 차가 확대되면 문제가 있으니 통화정책의 고려요인이지만 금리 차만 갖고 (통화정책을) 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내 경기와 물가 흐름이 중요하고, 북한 리스크도 있어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인 가계부채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 2분기 29조원이 늘어 총 1,388조원까지 불어났다. 7, 8월 증가분을 합치면 이미 1,400조원도 넘어선 상태다. 금리를 올리게 될 경우 빚을 진 사람들의 상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큰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 사람이나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은 한계가구가 금리 인상시 가장 위험하다”며 “금리인상 충격이 와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미리 부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 고려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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