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덴마크서 남북 적십자社 접촉
대북지원 논하는 연례 국제회의 계기
공여 방식 90억원 인도 지원도 결정
다만 반대여론 의식해 시기 열어둬
전문가 “힘들 때 도와야 더 효과적”
정부가 북한 취약 계층을 돕는 국제기구 사업에 800만달러(약 9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구체적 지원 시기 등은 남북 관계 등 여건을 두루 고려해 확정하기로 했다. 남북은 내달 초 처음 접촉해 이를 포함한 인도적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한다.
정부는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를 돕는 데 국제기구 공여 방식으로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ㆍ영양지원 사업에 각각 350만달러, 450만달러가 공여된다. 다만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 관계 상황 등 전반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단서를 달아 열어뒀다. 최근 잇단 북한 도발 탓에 악화한 대북 여론을 의식한 고육책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조만간 남북 간의 관련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다음달 2~4일 덴마크에서 열리는 국제적십자사연맹 주최 대북 지원 연례 회의 ‘협력ㆍ합의ㆍ전략’(CAS)에 대표를 파견한다. 북한에서는 조선적십자회 서기장(한적 사무총장 격)이, 한적에선 국장급 당국자가 각각 회의에 참석한다고 한적 측은 전했다. CAS가 다자 협의체이긴 하지만 남북이 인도적 지원 문제로 접촉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처음이다. 특히 북측이 지원 수용 의사를 보일지가 관심사다.
정부는 직접 지원보다 ‘퍼주기’ 비판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국제기구를 활용한 지원 방안에 주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이지 못한 건 ‘함께하는 대북 정책’을 표방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제재로 북한이 힘들 때 비판을 무릅쓰고 돕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에 더 효과적이라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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