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파업에 따른 방송 파행을 겪고 있는 MBC가 추석 연휴 뉴스프로그램 방송 시간을 추가 축소하고 일부 뉴스는 결방할 방침이다. 추석 특집 예능프로그램 등도 사실상 제작 불가능한 상태라 연휴 기간 방송 파행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21일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옥에서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백종문 MBC부사장, 이은우 경영본부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등이 참석해 총파업 이후 MBC의 현황과 파업 대응 발안을 보고했다.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추석 연휴 때 ‘뉴스투데이’ 20분, ‘뉴스데스크’는 30분 축소 방영하며 ‘이브닝 뉴스’는 불방될 예정”이라며 “미리 확보해둔 추석특선영화로 파행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능프로그램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의 후속은 예능드라마 ‘보그맘’이, 예능프로그램 '오빠생각’의 후속은 MBC 에브리원의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채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기이사회에서 MBC 경영진은 총파업 사태에 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구 야권 추천 유기철 이사가 “파업이 길어지는데, 회사에 실질적인 대책이 있나”라고 묻자, 백종문 MBC부사장은 “언론노조에 계속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사회 이슈화가 진행돼 현실적으로 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 야권 추천 이완기 이사는 “노사 관계에서 대화 원활히 하라고 할 때는 거부하더니, 이제 와서 단체협약 얘기를 하느냐”며 “국정원의 MBC 방송장악 문건까지 공개됐는데, 별다른 대책도 없이 성명만 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구 야권 추천 최강욱 이사는 “법적으로, 실질적으로 MBC 경영진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하통로를 통해 출퇴근하지 말고 시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MBC 카메라 기자들을 상대로 작성된 ‘MBC판 블랙리스트’의 진상조사에 진척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 부사장은 “진상조사위를 만들었지만, 파업이 시작되면서 인력 부족으로 진상조사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8일 사실상 폐기된 ‘2016년 경영평가보고서’에 대한 후속 대책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경영평가보고서가 폐기됐다고 한 적 없다”며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갈 것을 제기했다. 그러나 구 야권 추천 이사들은 “이미 폐기된 것으로 방문진의 직무유기에 대해 고 이사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2일 방문진에 파업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방문진의 업무 등에 대해 검사·감독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사태(총파업으로 인한 방송 파행)를 빨리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며 행정 조치를 진행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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