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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변국 끌어안기 ‘버선발’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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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변국 끌어안기 ‘버선발’로 나섰다

입력
2017.09.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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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에

시진핑ㆍ리커창ㆍ장더장 모두 면담

AIIBㆍ대만 문제 등 자국 편으로

일대일로ㆍ남중국해 국익 확대와

공산당대회 前 정세 안정 노림수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신화통신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신화통신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정치ㆍ외교적으로 자국에 의미가 있는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에서 국익을 확대함과 동시에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주변 정세를 안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과정에서 미국의 ‘항행의 자유’를 공개지지하며 껄끄러워진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극진히 환대한 게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초청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물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권력서열 1~3위가 모두 리셴룽 총리와의 면담에 응했다. 싱가포르가 남중국해 문제에서 국제사회 여론의 한 축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차기 의장국임을 감안해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선 것이다.

중국이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의 면담 요청을 수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그의 거취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상황이라 의도치 않은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음에도 리셴룽 총리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그만큼 싱가포르를 존중하는 모양새를 갖춰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리셴룽 총리는 중국과 아세안 간 관계 증진,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확대 지지, 대만 독립 반대 등으로 중국 측에 화답했다.

중국은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 청소’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미얀마 정부를 향해서도 손을 내밀었다. 21일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전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와 관련해 미얀마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미얀마 군부와 정부를 대변하는 관영일간지는 이날 왕이 부장의 지지발언을 1면에 대서특필하며 밀월을 과시했다. 중국은 미얀마를 관통해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을 일대일로 사업의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이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의 대척점에 서 있는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만난 것도 의미심장하다. 공산당 집권국으로서 양국은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근래 들어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32년 철권통치를 해온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집권 10년 연장을 위해 야당ㆍ시민단체ㆍ언론을 탄압하는 데 대해서도 “국가 안보와 안정을 위한 노력”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천명한 상태다.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과정에서 중국을 적극 지지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주변국 외교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시각에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일대일로와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경향만큼은 일관된다”면서 “전반적으로는 19대 당대회를 앞두고 주변국과의 마찰음을 최소화하려는 목표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관계와 관련해선 “북핵 문제 해법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은 미국과의 힘겨루기 측면이 있어 훈풍이 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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