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제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했습니다. 이렇게 돌아와 정말 기쁩니다.”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킹스맨2’) 개봉(27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영국배우 콜린 퍼스(57)는 국제정보조직 킹스맨의 전설, 해리 하트의 생환에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전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킹스맨1’)에서 악당이 쏜 총에 맞아 죽은 줄만 알았던 해리가 2편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그가 어떤 방식으로 부활할지 진작부터 전 세계 영화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쏠렸던 터다.
‘킹스맨2’의 주연배우 태런 에저튼, 마크 스트롱과 함께 내한해 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퍼스는 “매슈 본 감독이 해리는 죽음으로 끝날 거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2편에서 내가 살아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감독이 해리를 부활시켜야 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이 기뻤다”고 말했다.
‘킹스맨2’는 킹스맨 본부가 국제범죄조직 골든서클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뒤 킹스맨 요원 에그시(태런 에저튼)와 훈련 교관 멀린(마크 스트롱)이 미국정보조직 스테이츠맨과 손잡고 골든서클을 소탕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5년 개봉한 ‘킹스맨1’은 킹스맨 요원들의 활약을 B급 감성 코미디와 화려한 액션에 담아내 열광적 반응을 얻었다. 한국에서 612만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관객 수다. 흥행수익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였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와 ‘러브 액츄얼리’(2003) 같은 로맨틱 코미디, ‘싱글맨’(2009) ‘킹스 스피치’(2010) 등의 휴먼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퍼스는 ‘킹스맨’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중년 액션 스타로 떠올랐다. 퍼스는 “크게 성공한 영화의 속편에 참여하는 건 배우에게 위험 부담이 큰 도전”이라며 “감독이 후속 이야기를 영리하게 잘 설계한 덕분에 1편을 의식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두와 만년필, 우산 등 영국 신사의 필수 소품을 활용한 세련된 액션은 ‘킹스맨’ 시리즈만의 매력이다. 배우들은 2편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다. 퍼스는 “고난도 액션 훈련을 받으면서 체형이 변해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할 때는 슈트를 1인치 이상 줄여야 했다”며 “훈련을 받던 시간들은 고통스러웠지만 나 스스로 액션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또 “액션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연기보다 쉽더라”며 가벼운 농담도 보탰다.
1편과 2편의 가장 큰 차이는 해리와 에그시의 관계 변화다. 별볼일 없던 청년 에그시를 킹스맨 요원으로 발탁했던 해리는 2편에서 에그시의 도움을 받아 복귀한다. 퍼스는 “두 편 모두 두 사람의 신뢰 관계가 이야기의 핵심”이라며 “에그시가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해리가 예전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전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던 배우들은 한국 팬들의 뜨거운 애정 표현에 크게 감동받은 듯했다. 레드카펫 행사를 마친 뒤 시사회 무대 인사로 연이어 팬들을 만나려던 계획이 주최 측의 진행 실수로 갑자기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배우들은 그 아쉬움 때문인지 팬들을 더 각별하게 챙겼다. “1편의 성공은 한국 팬 덕분이었다”며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에저튼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치맥이 최고였다”며 “따뜻하게 환대해준 팬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트롱도 “이런 경험은 어디에서도 못 해봤다”며 “한국 팬들은 정말 놀랍다”고 연신 감탄했다. “오래 전부터 한국영화의 팬이었다”는 퍼스는 또 다른 만남을 기약했다. 그는 “팬들이 보내준 엄청난 사랑에 감동 받았고 그 사랑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한국에 꼭 와야만 했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또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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