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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를 ‘공론화’하자

입력
2017.09.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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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리 일대에는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데, 건설 중이던 신고리 5ㆍ6호기를 중단할지, 계속 지을지를 시민참여단이 결정하는 것이다. 지난 15일, 공론화위원회는 500명의 시민참여단 중 478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참석률이 높은 데다, 시민들은 건설 중단과 재개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진지하고 집중했다고 한다. 시민참여단은 10월 13일~15일, 합숙 토론을 거쳐 신고리 5ㆍ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가 수립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29년까지 원전 11기가 추가 건설될 계획이었다. 정부가 원전을 건설할지 말지, 몇 개를 건설할지, 어디에 건설할지 모든 결정을 해왔다. 시민들에게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를 약속했기에 이를 공론화에 붙인 것은 공약을 후퇴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불꽃 관심사인 만큼 공론화와 시민참여단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을 19세 이상 성인 4,253만 명을 대상으로 뽑았다. 선거인단 기준으로 하다 보니 청소년들이 배제된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이가 어릴수록 60년 설계수명의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여부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선택권은 갖지 못하는 셈이다. 청소년들을 미래세대라는 불명확한 용어로 뭉뚱그려 표현할 일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를 같이 살고 있는 이미 존재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세대 간 불평등을 유발하는 에너지원이다. 발전소를 건설해 30~60년 전기를 생산하지만 폐로 비용과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폐기물을 남긴다. 올해 태어난 아기들은 고리1호기 전기를 사용한 적은 없지만 폐기물은 같이 감당해야 한다. 지난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폐로 이후 2030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원전만 해도 11기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폐기물처분장을 건설해 운영 중인 나라가 아직 없다. 핀란드가 짓고 있을 뿐이다.

울산 시민사회는 인구비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역별 인구를 고려하다 보니 시민참여단에 신고리 5ㆍ6호기가 있는 울산 시민들은 1.4%인 7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해있어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 참여단의 절반에 가까운 47.4%를 차지하고 있다. 원전과 석탄중심의 중앙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의 고통으로 받아온 발전소 지역주민들은 공론화 과정에서도 소수로 참여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울산을 포함한 원전 반경 30km 내에 위치한 지역주민들이 신고리 5ㆍ6호기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와 상관없이 과정에서 배제되고, 과소 대표되는 것은 문제이다.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는 선거가 아니다. 원자력계와 탈핵이 선악 대결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시민참여와 숙의를 통해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참여단이 대표하거나 구조적으로 담지 못하는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대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결정권을 갖는 500명의 시민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론화에 참여해보자. 고양시 청소년재단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원자력 합의 회의를 개최한다. 서울시 국사봉중학교를 포함해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도 신고리 5ㆍ6호기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순회토론, TV토론, 명절 가족이 모인 가운데에서도 신고리 5ㆍ6호기를 포함해 에너지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토론해 보자. 공론화 자체를 공론화함으로써 시민들이 함께 숙의를 경험하는 것이다. 신고리 공론화를 통해, 우리는 기계적 보정과 중립을 뛰어넘어 숙의에 도달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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