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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낄] 100% 온전한 사과 받아내려면...

입력
2017.09.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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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시위 당시 여행작가 정태현. 헤이북스 제공
1인시위 당시 여행작가 정태현. 헤이북스 제공

사건파일 요약 식으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 기사를 게재했다. 그런데 그게 여행작가 정태현의 책을 표절했다. 화들짝 놀란 작가는 기사를 내리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표절은 곧바로 인정했으나, 기사를 바로 내리고 사과하는 데는 인색했다. ‘오마이 투쟁’(헤이북스)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140일간의 광화문 1인 시위’ 기록이다.

어떻게 보면 참 피곤하다 싶다. 표절 공화국에서, 흔하디 흔하다는 여행 책 따위 몇 구절 베꼈기로서니, 그걸 또 바로 잡는다 해서 이 땅의 정의실현 금자탑이 얼마나 높이 올라간다고 그렇게까지 하느냔 말이다. 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 미안하다, 조치하겠다, 그런 말이 오가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고작 책 한 권 낸 신인작가 주제에 그게 뭐 대수라고’ ‘거 참 이상한 사람이네’ ‘이만큼 해줬음 됐지?’ 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그만 뚜껑이 열렸다. 그러니까 이건 ‘100% 온전한 사과 받아내기 도전’이다.

책은 그 다음부터 흥미로워진다. 그가 1인 시위에 나선 곳은 서울 광화문역. 어수룩한 초보 1인 시위 첫 날은, 해외 관광객 길 안내자였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사람들은 철저한 무관심. 물정 모르는 외국인들이나 우연히 만난, 영어 좀 할 줄 아는 남자에게 길을 캐물을 뿐이다. 뭐, 어쩔 수 없다. 각 출구별 특징을 익힌다. 6번 출구는 대단위 시위다. 7번 출구는 중립지대, 자신이 서 있는 5번 출구는 1인 시위가 제법 있다. 요령도 배운다. 1인 시위가 성립하려면 다른 시위자와 20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그 정도 거리가 있어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니 1인 시위가 성립한다는 판례에 따라서다. ‘바람돌이’도 동원한다. 홀로 팻말 들고 있어봐야 헛일이니 팻말을 골똘히 쳐다봐줘서 다른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는, 일종의 ‘바람잡이’다. 이 와중에 만난 다양한 시위자들의 다양한 억울한 사연도 펼쳐진다.

픽픽 웃게 만드는, 의뭉스런 글발이 좋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니 이런 싸움도 할 수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보려는 작가, 투잡 뛰면서 글 쓰는 가난한 작가, 책 하나 있는 거, 단 하나 있는 책 그거 글 훔쳐 갔으면 돌려줘야지, 피해자가 왜 훔쳐간 글 돌려달라고 1인 시위까지 해야 하냐고, 왜? 내가 가해자야? 가해자냐고. 왜 피해자인 내가 한 달 넘게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해야 하냐고? 왜 아무도 내게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느냐고? 왜 나한테는 아무도 사과하지 않아?”라며 어느 회사 ‘법무’팀장 앞에서 절규하다 울어버릴 때면, 저 사람도 답답해 죽지 않으려고 의뭉스러워졌구나 싶어 안쓰럽다.

생각해보면 고맙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같은 건 관계를 맺을 때 쓰는 가장 기본적인 표현이다. 배려와 관용처럼, 널리 쓰면 쓸수록 더 좋은 것들이다. 그 한마디가 왜 어려울까. 미국처럼 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들러붙어 “그 단어는 우리측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으로 향후 예상되는 법적 분쟁을 감안할 때 쓰지 않는 쪽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책은 바로 그런 질문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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