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입국… 22일 유엔총회 연설 예정
“개 짖는 소리로 놀라게 하려 했다면 개꿈”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한을 향해 독설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개 짖는 소리’라면서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20일(현지시간) 베이징발 중국항공편으로 미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에 도착했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장이 아닌 출국장 쪽으로 입국한 그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조연설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인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숙소인 뉴욕 맨해튼의 호텔에 도착해선 달랐다. 리 외무상은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면서 북한 속담을 인용한 뒤,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불쌍하다”라고 그는 답했다.
현지에선 22일로 예정된 리 외무상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미국에 어떤 맞대응을 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북한 외무상은 2014년부터 매년 기조연설을 해 왔는데, 통상 자국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옹호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의 대북제재 결의 비판, 핵무장 능력 과시 등은 물론, 앞서 매우 극단적인 표현들로 북한을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공개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23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미국과의 개별 접촉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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