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친구 계정 게시물 보면서
부러워하거나 떼 쓰는 일 빈번
유해정보ㆍ범죄대상 노출도 골치
아이들 주요 소통수단 자리잡아
무작정 사용 막기도 어려워
“아이와 친구맺어 주기적 확인을”
주부 김모(37)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 딸이 “나도 OO처럼 ‘공주 방’을 꾸며달라”며 벽지 색깔부터 가구 배치까지 줄줄 읊자 깜짝 놀랐다. “그런 걸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아이가 내민 휴대폰에는 ‘예쁜 내 방’이라는 제목이 달린 딸 친구의 페이스북 계정이 열려 있었다. ‘좋아요’와 ‘부럽다’는 댓글이 수십 건 올라온 게시물에는 분홍색으로 예쁘게 꾸민 공주 방 사진이 여럿, 다른 게시물엔 딸이 부러워할 만한 해외 여행이나 근사한 식사 장면이 찍힌 사진이 다수였다. 김씨는 “부럽다는 아이를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해달라는 것을 다 해줄 수도 없으니 난감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부모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또래 친구 계정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건 물론, 부모에게 “나도 해달라”며 떼를 쓰는 일도 적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이미 너나 할 것 없이 쓰고 있는 SNS를 무작정 하지 말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속만 앓고 있다.
부모 입장에선 ‘타인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특별한 경험, 값비싼 물건을 SNS에 올릴수록 많은 관심이 쏟아지니 “자칫 ‘관심종자(타인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로 성장하지 않겠냐”는 고민이다. 초등 2학년 조카와 인스타그램 친구를 맺었다는 직장인 임승연(28)씨는 “유행하는 화장품 등 그럴싸한 사진들을 주로 올려놓은 것을 보고 어른이랑 크게 다를 게 없구나 싶었다”고 했다.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모인 계정에서는 본인 사진을 올려놓고 ‘얼평(얼굴평가)’ ‘몸평(몸매평가)’을 바란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해 정보도 고민거리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A씨는 “아이들이 페이스북으로 걸그룹 노출 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사진을 자주 올리는 페이지를 즐겨보고 있더라”며 “연령 제한 등 별다른 규제가 없는데다 이런 유해 정보를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경우도 많아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혹여 자녀가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주부 최모(40)씨는 “누군가 초등학생 딸에게 SNS로 ‘몇 살이냐’ ‘만나보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놀라 일주일간 휴대폰을 압수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용을 막을 수도 없다. SNS가 이미 아이들의 주요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은 터라 자칫 내 아이만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부 B(40)씨는 “중학교 갓 입학한 아이가 같은 반 35명 중 30명 정도는 SNS로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청소년(9~24세) 1만5,646명 대상 설문 결과, 10명 중 6명(58.7%)이 ‘SNS를 거의 매일 이용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결국 올바른 SNS 사용법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교육 후 아이가 이를 잘 따르는지 수시로 지켜봐야 한다. “의심이 되는 상황에서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휴대폰 잠금을 걸지 않도록 한다”거나 “아이와 SNS 친구를 맺은 뒤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등도 전문가 해법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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