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상관 없이 모두 사용 가능
“획기적 시도” “몰카 우려” 팽팽
성소수자들은 일단 환영
성공회대(서울 구로구)가 대학에서는 최초로 ‘성중립화장실’을 만들기로 했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1인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성별 고정관념을 깨는 획기적인 시도”라는 옹호론과 “남녀공용화장실과 다를 게 없고, 오히려 몰카 같은 범죄가 우려된다”는 반발이 맞선다.
20일 성공회대에 따르면 이 학교 총학생회는 연내 착공을 목표로 남녀 누구나 쓸 수 있는 1인용 화장실을 준비 중이다. 몇 곳이나 만들지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장애인화장실이 부족한 교내 건물 몇 곳의 기존 화장실 칸을 2~3배 늘리면서 세면대 및 장애인보조시설까지 갖춘 독립 공간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 3월 커밍아웃 후 당선된 백승목 총학생회장은 “‘모두를 위한 화장실(All People Restroom)’로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성중립화장실은 현재 인권재단 사람, 한국다양성연구소 등 일부 단체에 설치돼 있는데, 대학 중에서는 성공회대가 처음 추진한다.
성별로 구분된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던 성소수자 등은 일단 환영이다. 성공회대 재학생 김모(22)씨는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성소수자 친구가 실제 있다”면서 “장애인이나 성소수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찬성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추세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백악관에 성중립화장실(Gender Neutral Restroom)을 설치한 후 각 도시 및 대학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중증 척추장애인 박모(36)씨는 “급히 남성화장실을 찾는 경우 장애인들은 눈치가 보여 여성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며 “대학 내 장애인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학생 A(23)씨는 "화장실 이용으로 원치 않게 성소수자라는 게 드러날 수도 있고 ‘그 화장실을 쓰는 사람은 모두 성소수자’라는 곱지 않은 시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혐오’ 범죄 우려 탓에 일부 여성은 “남성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꺼림칙하다”는 입장이다. 대학생 김미정(26)씨는 “여성 대상 범죄나 몰래카메라 촬영 범죄가 더 쉽게 발생할 것”이라며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쉽게 사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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