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다음달 1일)를 앞두고 스페인 경찰이 20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자치정부 청사를 급습해 고위 관계자 10여명을 체포했다. 주민투표를 저지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은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사무실과 외교부, 경제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인 오리올 훈케라스와 호세프 마리아 호베 자치정부 경제부 차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 13명을 체포했다. 스페인 경찰은 이 밖에도 주민투표에 사용될 투표 용지를 압수했다.
스페인 중앙정부의 이 같은 행동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진행하려는 주민투표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 정부는 주민투표 실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 카탈루냐의 주민투표 실시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해왔다. 스페인 검찰은 앞서 지난 13일 분리독립 주민투표 추진에 동의한 카탈루냐 자치단체장 700여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불출석 시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반발도 심하다. 고위 인사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중앙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수백명의 카탈루냐 독립 지지자들이 바르셀로나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카를레스 푸이그데몬 카탈루냐 주지사는 “카탈루냐가 비상사태를 겪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대대로 자치권을 누려온 카탈루냐는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서 줄을 잘못 섰다가 1714년 9월 독립 지위를 빼앗겼다. 이후 분리ㆍ독립 문제는 중앙정부와 카탈루냐주 간 300년이 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카탈루냐는 인구 규모(745만명)는 스페인 전체(4,700만명)에서 15.9%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무능한 마드리드(중앙정부)를 카탈루냐가 먹여 살린다는 인식이 있어 독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꽤 된다.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1%가 카탈루냐 독립에 찬성(반대 49.4%)한다고 답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