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배영수/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한화 배영수(36)가 102일 만에 승리하며 오랜만에 웃었다. 그간의 마음 고생까지 털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1승'이었다.
배영수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5피안타(1홈런)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2-1 승리와 함께 배영수는 시즌 7승(7패)째를 신고했다.
이날 완벽한 호투로 LG 타선을 봉쇄했던 배영수는 2-0으로 앞선 8회 2사 후 박용택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사실상 완봉 페이스였지만, 아쉽게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그는 "완봉승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강판 될 때) 미련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며 "오늘 경기 전까지 12경기 째 승리가 없어서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간절했던 1승이었다.
배영수는 지난 6월10일 삼성전에서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9피안타 무사사구 2실점으로 막아내며 완봉승을 따냈다. 삼성 소속이던 2014년 6월25일 넥센전 이후 1,081일 만의 완봉승이었다. 하지만 이후 승리 시계가 멈췄다. 완봉승 이후 12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만 추가하며 평균자책점은 5.93에 머물렀다.
그 사이 부정투구 논란에도 휩싸이면서 마음고생은 더 커졌다. 지난달 20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다. 당시 이 경기에서 로진(송진) 가루를 묻힌 오른 허벅지에 공을 두어 차례 문질렀다. 이후 팬들이 부정투구를 지적하면서 배영수는 지난달 23일 kt전을 앞두고 공식 사과를 했다.
이날 승리 후 배영수는 "일이 많기도 했고, 힘들었다. 이겨내 보려고 했는데 경기 운이 안 따른 적도 많았다. 그래도 오늘은 운이 따라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에 승리까지 가져가지 못하면서 그의 마음 고생도 더 심해졌다. 배영수는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무너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마운드에서 로진을 만지기도 힘들더라. 신경을 게속 쓰고 있다"며 "그런 부분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겨낸 것 같다. (오늘 승리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며 미소지었다.
이날 승리로 배영수는 통산 135승 째를 기록했다. 현역 최다승 기록을 또 한 번 바꾸면서 역대 통산 최다승 단독 5위로 자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은 없다. 그는 이날까지 올 시즌 130⅔이닝을 소화했다. 팀 내 최다 이닝이다. 배영수는 "올해 150이닝은 던지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하지만 최근에 흐름이 좋다. 충분히 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슬라이더가 좋아진 것도 올해 거둔 수확이다"고 말했다.
이상군 한화 감독 대행은 "배영수가 그동안 승운이 없었는데 오늘 본인의 실력으로 승리를 만들었다. 135승 대기록을 축하하고 앞으로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고 칭찬했다.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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