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을 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오는 28일로 시행 1주년을 맞는다. 경제 위축 등의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실제 법 시행 후 그런 부정적 효과보다는 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억제해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는 단초가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이런 평가는 한국사회학회가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와 시행 약 1년 뒤 두 차례에 걸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법의 효과가 있었다는 사람이 90%에 가까웠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관습이 변하고 새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는 응답이 34%, 크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왔다는 응답이 62%에 이르렀다. 청탁금지법에 찬성과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시행 초기나 1년이 지난 시점이나 나란히 85% 수준이다. 청탁금지법 완화 여론이 두드러진 것처럼 보였던 것과 달리 약 80%는 이 법의 규제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영업자나 농어민 등이 겪은 경제적 타격도 애초의 걱정했던 것만큼 크지 않아 보인다. 자영업자의 경우 이 조사에서 매출이 감소했다는 비율은 약 11%였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다른 조사를 보면 이 법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 세트 판매가 14% 남짓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탁금지법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고 정부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개정 필요성을 언급해 당정이 개정을 검토 중이다. ‘3만원ㆍ5만원ㆍ10만원’인 식사ㆍ선물ㆍ경조사비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 등은 검토할 수 있겠지만 법의 당초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 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위반 사건은 111건이 접수돼 7건이 기소되었고 구속 사례는 1건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청탁과 그를 둘러싼 금품 거래 관행이 이 법 시행으로 바뀐 부분도 있겠지만 제대로 감시ㆍ고발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도 든다. 사회학회 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은 아직 법 자체에 모호한 부분이 있고 실제 처벌 사례가 적어 청탁금지법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해석의 모호함을 줄이는 보완 작업과 함께 당국과 시민의 감시를 활성화할 제도적 유인책도 고민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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