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해서 고소한 게 아니다”
3선 출마엔 “결정된 바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4년 7개월 만에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박 시장이 ‘MB 저격수’로 부상하고 있다. 문성근, 김미화 등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피해 연예인 조사에 이어 박 시장의 고소ㆍ고발로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면서 ‘정치인 박원순’의 존재감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 시장이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11명을 고소ㆍ고발한 사건을 공안2부(부장 진재선)에 배당했다고 20일 밝혔다.
박 시장은 전날 이 전 대통령 등을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서울시와 함께 국정원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11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박 시장 비판 여론 조성을 위한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고 확인한 데 따른 조치다.
박 시장은 이 전 대통령 고소ㆍ고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명박 정부 시절 나와 가족, 서울시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음해는 법률을 무너뜨린 중대한 범죄 행위이며 민주주의와 국가의 근간을 훼손한 정파적 공작”이라고 고소 경위를 밝혔다. 또 “대통령이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는 이 전 대통령 측 반응에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장도 전직 대통령을 고소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맞받아치는 등 강공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새 정부의 ‘적폐 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야권 반발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보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불행한 선택을 해 국민적 아픔으로 남아 있는데 국가 근간을 해친 사건을 밝히자는 것을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전 대통령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논평을 내면서 내년 지방선거 3선 도전 가능성이 가시화하고 있는 박 시장에게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 시장은 19일 이 전 대통령 고소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3선 출마 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출마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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