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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과학고 이전, 부지 못 정해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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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과학고 이전, 부지 못 정해 갈팡질팡

입력
2017.09.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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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시설노후 타지 이전 추진하자

포항시, “부지 제공” 약속 붙잡기…

5년간 3번이나 입지 변경

56억 땅값 80억으로 폭등 부담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위치한 경북과학고등학교 전경.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위치한 경북과학고등학교 전경.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가 경북과학고를 붙잡기 위해 부지제공을 약속하며 나섰지만 6년째 입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이 타지역 이전을 검토하자 시가 포항 존치에만 급급해 면밀한 검토 없이 일을 추진하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1993년 준공한 북구 용흥동 경북과학고는 낡고 비좁아 2006년 이전논의가 시작됐다. 당초 학년당 1학급, 전체 3학급으로 설계했지만 실제로는 6학급으로 2배로 운영하는 바람에 다른 지역 과학고에 비해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경북도교육청은 다른 과학고가 있는 경북 경산시로 옮겨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포항시가 부지 제공을 내세우며 존치를 희망하자 포항시내 이전으로 가닥을 잡았다. 포항시는 2012년 2월 도교육청과 경북과학고 신축 및 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학교 터를 물색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전 부지 입지를 3번이나 바꾸면서 포항시내 이전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협약 체결 8개월만에 남구 연일읍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내 2만5,000㎡ 부지로 옮기기로 했지만 2년 뒤 단지조성 자체가 무산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장소 물색에 나서 2015년 3월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 건물 옆 3만2,800㎡를 후보지로 정하고, 부지매입비 56억5,000만원도 확보했지만 이마저 무위로 돌아갔다. 도교육청이 송전탑과 인접한 등 교육환경이 부적합하다고 본 때문이다. 게다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찮았다.

다급해진 포항시는 폐교 예정인 남구 효자동 포항제철서초등학교 부지를 검토했으나 땅값이 311억원이나 하자 포기했다. 최근 또다시 지곡동 포스코 소유의 인재창조원 인근 3만3,000㎡로 정했지만 이번에도 땅값이 80억원으로 예상되자 시의회에 부정적이다. 포스코와 매입협의조차 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5년간 3번이나 위치가 바뀌었다는 건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포항시의원도 “마땅한 이전부지를 찾기 어려운데 굳이 전교생 100명밖에 되지 않는 과학고에 지자체가 거액의 세금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으로, 그 돈을 일반학교에 투자해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경북과학고를 포항공대와 방사광가속기 등 첨단과학시설이 밀집한 지곡동 일대로 한정해 옮기려 하다 보니 땅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학교부지는 도시계획시설로 결정 가능해 강제 수용할 수 있는데 지주인 포스코와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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