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후원회 신광철 사무국장
노병들 위해 20년간 각종 봉사
“주거환경 개선이 급선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한민국을 지켜 줬던 에티오피아 노병들을 돌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0년 넘게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을 후원하고 있는 신광철(64)씨. 강원 춘천시에 있는 참전용사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세월이 흘러 참전용사 가운데 생존해 있는 분은 203명뿐”이라며 “남은 생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보낼 수 있도록 주거여건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에 총 6,037명의 황실 근위대원을 파병해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다쳤다. 강원도 춘천, 철원 등 중동부 전선에서 총 253차례의 전투를 치렀고 단 1명의 전쟁포로도 없이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이들은 에티오피아가 1974년 공산화되면서 사회주의 동맹국인 북한과 싸웠다는 이유로 군대와 직장에서 쫓겨나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황실 근위대원으로 추앙받던 고국에서도, 자신들이 목숨 바쳐 자유를 수호해 준 먼 나라에서도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황실 근위대 노병들의 평균 나이는 현재 80대 후반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씨는 “최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코리안 빌리지를 가 보니 참전용사 대부분이 불과 10㎡ 남짓한 공간에 5~6명이 함께 살 정도로 주거환경이 좋지 않았다”며 “최근 독지가 등의 도움을 받아 참전용사 집 수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노병들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때는 1996년 5월이다. 당시 무역업을 하던 신씨는 에티오피아 현지 참전용사들의 참상을 접한 뒤 로터리클럽 등과 후원회를 결성했다. 당시 서울 로터리클럽 회원이었던 배우 손숙(74)씨도 함께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68년 춘천 공지천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탑 제막식에 온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assie) 황제를 본 뒤 에티오피아에 관심을 갖게 됐죠.”
신씨는 “아프리카 노병들을 지원하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라며 웃었다. 그는 강원지역에서 달리던 중고 소방차를 수리해 에티오피아에 전달하는가 하면, 중고 컴퓨터를 학생들 교육용으로 기부했다. “투자를 고심하는 기업들에는 필요한 현지 정보도 구축하는 등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게 주변 얘기다.
2011년에는 강원 춘천에서 시작해 영남과 제주, 호남을 거쳐 경기도 파주까지 이어지는 걷기 모금행사도 진행했다. 하루에 25㎞씩, 78일간 1,950㎞를 걸어 수익금을 기부했다. 후원사업을 시작한 지 꼭 10년 되던 2006년에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한국전 참전기념탑이 세워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신씨는 1996년부터 2012년까지 에티오피아 원두를 수입해 가공하는 커피공장을 세워 수익금을 노병들에게 지원했다.
신씨와 후원회는 참전 군인의 자녀와 가족으로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회’를 결성하는 등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6^25전쟁을 통해 한국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에티오피아 노병과 가족, 후손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에티오피아 용사들은 66년 전 바람 앞에 놓인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다”며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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