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기관운영감사 결과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민간인으로 구성돼 정부의 엄격한 관리는 받지 않는 ‘반관반민(半官半民)’ 조직의 특징을 틈타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 왔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금감원은 전체 직원 중 관리직급 비중이 절반에 가깝고, 뚜렷한 성과도 없는 해외 주재원을 대거 운영하면서도 금융사들로부터 매년 막대한 분담금을 걷어 예산을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의 전체 직원 수는 1,970명이다. 이는 1999년 설립 당시와 비교할 때 707명(56%) 증가한 수치다. 전체 직원 중 관리직에 해당하는 1~3급 직원 비중은 절반 수준인 871명(45.2%)에 달한다. 관리직이 차고 넘치다 보니 1,2급 직원 중 63명은 ‘무보직’ 상태다.
직급이 오를 수록 연봉이 오르는 구조다 보니 매년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3급 팀장의 평균 연봉은 1억2,200만원을 웃돈다. 이처럼 관리직이 많다 보니 전 직원의 20.6%(397명)가 팀장 등의 직위를 갖고 있다. 직위수가 많다 보니 292개 팀의 팀원은 평균 3.9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관리직 비율은 9.9%인데, 금감원은 이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 검사, 감독업무를 하는 기관인데도 미국, 홍콩 등 8곳의 국외사무소를 두고 주재원을 파견하고 있다. 문제는 효율성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감사원이 분석한 결과 8개 국외사무소가 수집한 정보 중 98.2%는 국내에서 인터넷 등으로 수집 가능한 정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올해 싱가포르 주재원을 신설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운용도 낙제점에 가깝다. 금감원은 무보직 1,2급 63명, 국외사무소 인원 20명 등은 활용하지 않은 채 민원처리 인력이 부족하다며 지난해 255명을 정원 외 인력으로 뽑았다. 이런 방만 경영을 일삼다 보니 금감원 예산은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올해 수입예산은 3,66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10억원(12.6%) 급증했다. 일반 정부기관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예산 배정이다.
금감원의 수입예산 대부분은 감독 대상인 금융회사들로부터 걷은 돈이다. 일명 분담금이다. 올해 금감원이 분담금으로 걷기로 한 돈은 2,921억원으로 예산의 80%를 차지한다. 감독관청인 금융위원회의 통제가 느슨한 데다 국회 등으로부터 별다른 간섭을 받지 않고, 정작 금융기관의 저항도 없다 보니 분담금을 큰 폭으로 걷은 뒤 방만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감원을 ‘반관반민’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업무로 보면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만 민간기구 형태여서 금감원을 통제할 마땅한 수단은 없는 데 반해 정부 조직처럼 다양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상위직급 및 직위수 과다, 국외 사무소 확대, 정원외 인력 운영 등은 반관반민 특성을 틈탄 방만경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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