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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채용 비리, 변호사뿐 아니었다

입력
2017.09.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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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인원 늘려 필기서 특정 응시자 구제

합격자 바꾸려 계획 없던 세평 조회까지

민원처리직원 선발 땐 금감원 출신 특혜

직권남용 등 혐의 임직원 3명 수사 의뢰

금융감독원 채용 사이트. 인터넷 화면 캡처
금융감독원 채용 사이트. 인터넷 화면 캡처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는 변호사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다른 직원을 뽑는 과정도 청탁과 특혜로 얼룩졌다. 타인 명의 계좌를 활용해 몰래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한 직원도 적발됐다. 공적으로 얻은 정보를 축재에 이용한 정황이다. 규제 사각 반민반관 조직의 그늘이다.

20일 감사원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기관 운영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5급 신입 일반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필기 전형이 끝난 뒤 채용 예정 인원을 당초 53명에서 56명으로 3명 늘렸다. 덕분에 필기 전형 합격권에 들지 못했던 지원자 6명이 추가 합격했고 이 가운데 3명은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채용 예정 인원은 2차 면접 때 다시 53명으로 조정됐다. 필기와 면접 전형 사이에 잠깐 인원이 늘었다가 원래 계획대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는 당시 총무국장 A씨가 특정 지원자를 구제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다. 결재 라인이던 당시 부원장보 B씨와 수석부원장 C씨도 이를 눈감아줬다.

서울 지역 대학 졸업자가 대전 소재 대학을 졸업한 지방 인재로 둔갑해 합격하기도 했다. A씨와 인사팀장은 출신대 소재지를 허위 기재한 응시자를, 전체 10% 안팎을 채용하겠다고 공고한 지방 인재라고 속여 최종 합격시켰다. 그 과정에서 필기ㆍ면접 시험 점수를 반반씩 반영해 고득점자를 합격자로 정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세평(世評) 조회 결과가 채용 여부를 좌우하도록 유도했다. 때문에 합격권이던 응시자 3명이 떨어졌다. 하지만 추가 합격자를 결정하면서는 예비후보도 아닌 이를 합격시키거나 추가 합격자 대상 세평은 조회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 직원 선발 과정도 공정하지 못했다. 제 식구 봐주기 식 채용이 대표적이다. 경력 기간을 잘못 쓰는 바람에 서류 전형 탈락 위기에 놓인 금감원 출신 응시자 3명을 구해주는가 하면, 인성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전 동료도 합격할 수 있게 도왔다. 고쳐서는 안 되는 점수를 조작해 서류 전형 응시자 10명의 합격 여부를 뒤집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A씨 등 직원 4명을 정직 이상 중징계에 처하라고 금감원장에게 요구하고, 징계가 불가능한 C씨 등 임원 3명의 경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인사 자료를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비리 연루 임직원 3명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금감원 채용 비리가 드러난 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서울남부지법은 2014년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 전직 국회의원인 임영호씨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김수일 금감원 부원장에게 징역 1년, 이상구 전 부원장보에게 징역 10월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장모 계좌로 몰래 734억 주식 거래… 수사 요청

뿐만 아니다. 공적 정보의 사적 이용을 금감원이 방치한 정황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체 임직원이 금융투자상품(주식ㆍ채권ㆍ펀드 등) 거래를 할 경우 자기 명의로 신고된 계좌를 쓰고 거래 현황을 분기별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 임직원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비상장 주식은 금감원 임직원이 취득할 수 없다. 그런데도 금감원 내부 규정에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기업 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임직원 138명 중 규정을 위반한 사람이 44명(중복자 제외)이나 됐다. 심지어 장모 계좌를 이용해 3년여 동안 735억원어치 주식을 거래한 금감원 직원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 직원을 포함해 타인 명의 계좌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한 금감원 직원 2명의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더불어 금융 거래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직원 23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송부했다. 감사원은 범죄 성립 요건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개연성이 있을 때 수사 참고 자료를 보낸다.

이 밖에 ▦감독분담금 과다 ▦방만한 인력 및 국외사무소 운영 ▦원칙 없는 제재와 과징금ㆍ과태료 면제 ▦고리 대출과 불완전판매 방치 등 다양한 문제점이 이번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반민반관 조직인 금감원은 정부 조직처럼 많은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민간 조직처럼 통제 밖에 있어 왔다”며 “이번 감사가 금감원의 금융 감독 업무 타당성을 강화하는 한편 금감원 조직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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