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한 앙갚음 목적으로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가두고 때려 금품을 뜯어낸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최모(19)씨 등 두 명을 감금ㆍ폭행한 뒤 300만원어치가 넘는 금품을 빼앗은 안모(18)씨 등 세 명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하고, 한 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에서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던 안씨는 6월 “대출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사기를 당했다. 화가 난 안씨는 보이스피싱 가담자들을 협박해 돈을 뜯기로 마음먹고, 고교 시절 싸움 잘 하던 동창 한모(18)씨 등 두 명과 후배 A(17·여)씨를 끌어 모아 작전을 짰다. 인터넷에 ‘통장과 체크카드 명의를 싸게 판다’는 내용의 글을 A씨에게 올리도록 한 뒤, 통장과 체크카드를 전해주기 위해 만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겠단 계산이었다.
실제 안씨 일당은 A씨로부터 통장과 체크카드를 받으러 대구에서 창원으로 건너 온 보이스피싱 조직원 최씨 등 두 명을 붙잡아 “(사기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한 뒤, 모텔에 감금했다. 이후 최씨가 사기로 취한 돈과 금반지 등 3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생활비 등에 보탰다.
성공한 듯한 이들 범행은 최씨 등이 8월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들통났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으로 2,08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최씨가 ‘나도 피해자’라며 안씨 일당의 폭행 사실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