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 나의 이야기다”
첫 방송 오프닝 때부터 흘러나왔던 왕원(임시완 분)의 내레이션이다. 이 말처럼 왕원은 자신의 안위나 사랑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들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불행을 택했다. 결국 주인공 왕원의 새드엔딩으로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지난 19일 밤 방송한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왕원이 송인(오민석 분)에 의해 어머니인 원성공주(장영남 분)를 비롯해 세자빈 왕단(박환희 분), 사랑하는 여인 은산(임윤아 분)까지 잃을 뻔한 위기에 닥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일은 송인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은산은 왕단 대신 독을 먹었고, 왕린(홍종현 분)이 활로 쏘면서 송인은 목숨을 잃게 됐다.
위기에서 벗어난 듯 했지만 이번엔 고려와 왕원의 아버지인 충렬왕(정보석 분)이 위험했다. 원성공주가 죽은 것을 핑계 삼아 원나라는 고려를 삼키려고 했다. 반원파의 수장을 가짜로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왕원과 왕린은 서로 자신이 제물이 되겠다고 나섰다.
결국 린이 반원파의 수장이 돼 죽은 것처럼 일을 꾸몄으나 뒤로는 원이 린과 산을 빼돌려 도망가게 만들었다. 이후 원은 린과 산의 사랑을 응원해줬으며 왕 자리에 올랐다. 이후 그는 즉위 7개월 만에 선왕에게 왕위를 다시 돌려주고 원나라로 떠났다.
이날 방송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짝을 찾았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일 지라도 죽어가면서 자신의 사랑을 지킬 수 있었다. 먼저 송인의 호위무사 무석(박영운 분)은 비연(박지현 분)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그를 지켰고, 송인은 죽은 무비(추수현 분)를 그리워하며 목숨을 잃었다. 충렬왕 역시 원성공주의 작약꽃을 받아들고 그의 죽음을 슬퍼함과 동시에 아들인 원의 진심을 알게 됐다.
그동안 둘도 없는 벗의 사이를 갈라놓을까봐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은산도 린과 함께 떠나면서 사랑을 이루게 됐다.
결국 ‘왕은 사랑한다’에서 왕 혼자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이 작품은 원작 소설에서도 린-산으로 엔딩이 나도록 돼 있었지만, 드라마화 되면서 각색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원-산을 지지하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린-산으로 끝이 나면서 왕원이 외롭게 됐다.
다만 원의 선택은 최선이었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이 기뻐했다. 그동안 린은 원의 유일한 벗이자 가장 믿을 수 있는 신하였다. 그래서 이 일로 인해 원은 린과 산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두 사람의 사랑을 기쁘게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삼각관계인 드라마에서 메인 주인공 두 사람이 맺어져야 하고, 서로 질투하고 복수하는 모습이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결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초반부터 극이 진행되는 내내 ‘왕은 사랑한다’는 이런 감정을 떠나 더 깊은 사랑과 우정을 지향해 왔다. 때문에 이와 같이 슬픔이 주는 기쁨은 ‘왕은 사랑한다’만이 가질 수 있는 엔딩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 ‘왕은 사랑한다’ 후속으로 한예슬, 김지석 주연의 ‘20세기 소년소녀’가 오는 25일부터 방송된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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