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66)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0일 새벽 긴급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이날 “하 전 사장의 조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임수재, 회계분식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며 “체포시한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하 전 대표 관련 조사 내용과 적용할 법리를 검토한 뒤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날 하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상당한 규모의 분식회계, 납품 비리, 인사채용 비리, 비자금 조성 등 그간 KAI에 제기된 경영비리 의혹 전반에 대해 캐묻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이 지난 7월 경남 사천시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 대대적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본격화한 지 두 달 만에 이번 사건의 ‘몸통’인 하 전 사장이 소환된 것이다.
하 전 사장은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KAI 수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영비리 전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KAI가 군에 납품한 고등훈련기(T-50)와 경공격기(FA-50) 가격을 수출용보다 높게 책정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기는 데 하 전 사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KAI가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 이라크 공군 공항 건설 등 해외 사업 등과 관련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식으로 상당한 규모의 회계사기(분식회계)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해 금융당국과 공조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실적을 부풀리려 분식회계를 지시 내지 묵인했다고 의심할 만한 단서들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력 정치인과 전직 군 고위 장성, 방송사 임원,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국장 등의 청탁으로 10여명의 직원을 부정 채용한 비리에도 연루됐다. 아울러 검찰은 하 전 사장을 비롯한 KAI 핵심 경영진들이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용으로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입해 수억 원 상당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하고 하 전 사장에게 실제 사용처를 추궁했다.
검찰은 또 하 전 사장이 KAI 주요 협력사인 Y사 대표 개인 돈으로 다른 협력사 T사의 6억원대 지분을 사게 해 차명으로 확보한 혐의(배임수재)도 적용할 방침이다. 하 전 사장이 퇴임 뒤 먹고 살게 도와달라는 취지로 T사 지분을 요구해 실질적 대주주가 됐다는 것이다. KAI는 T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회사 가치를 띄웠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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