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ㆍ딸 중국서 찾아와 함께 귀국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경계인’으로 서울 거리를 십수년째 떠돌던 허봉식(64)씨가 본보 보도(15일자 11면) 후 가족을 만나 무사히 귀향했다. 1997년 김균이라는 위명(僞名)여권으로 입국한 지 20년만이다. 허씨는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그 덕에 돌아간다”고 고개를 숙였다.
귀향에 가장 큰 걸림돌은 신원 확인이었다. 사고로 인한 후유증에 기억하는 건 자신 이름과 생년월일, 중국 지린(吉林)성이라는 출신지뿐. 경찰 도움으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찾아간 주한중국대사관은 “(이것만으로는) 중국인이라는 게 증명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대사관 측은 신원 확인을 하려면 두 달 혹은 그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타래는 생각지 않은 곳에서 풀렸다. 지난 8월말 서울 중랑구에서 허씨를 만난 또 다른 경찰이 이미 신원 조회를 대사관 측에 요청해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 허씨 사진이 지린성을 거쳐 베이징(北京)에 있는 가족에게까지 전해졌고, 가족 역시 허씨 행방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중국대사관 측은 ‘찾아온 허씨’와 ‘신원 확인 중인 허씨’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간 정보 공유로 두 사람이 같은 허씨라는 걸 알게 됐다”며 “대사관에서도 그제야 허씨 가족이 보낸 호적증명서로 곧바로 신원을 확인하고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줬다”고 설명했다.
가족과의 만남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허씨 아들딸이 15일 새벽 비행기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무엇보다 허씨 동생 복식(59)씨가 2008년 이미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이들을 대림동에서 재회한 허씨는 “멀리서 와줘서 고맙다”고 흐느꼈고, 아들과 딸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같은 서울 땅에 살면서도 형의 행방을 몰랐던 복식씨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허씨는 16일 오전 11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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