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의식해 시기 미루진 않을 듯
당국자 “국방장관 발언 오해 소지”
“2021년까지 ‘통일국민협약’ 체결”
정부가 대북 제재 국면이라는 점을 의식해 인도적 대북 지원 차원의 800만달러(약 90억원) 국제기구 공여 시기를 일부러 미루거나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원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 발언과 관련해 “혼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19일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도적 지원을 하는 데 타이밍이라는 전략적 고려는 적절하지 않다”며 “인도적 지원은 아무리 빨라도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다 알고 있지 않냐”며 “지원 시기가 자꾸 논란거리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대북 지원 사업 규모를 계속 축소해 오고 있는 만큼 인도적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통일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통일부는 17일 배포한 자료에서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이는 표면적 현상”이라며 “북한 주민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고 영유아ㆍ임산부 등 취약계층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국제기구 계획이 있을 테니 지원 시기는 거기에 맞춰질 것”이라며 정치적 상황이 지원 시기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송 장관의 언급에 따른 지원 시점 연기 가능성도 일축했다.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송 장관 발언이 사실과 다르냐’는 질문에 “국방장관이 정부 입장이 바뀐 것처럼 얘기했다면 사실과 다른 것이고 뉘앙스가 달랐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게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송 장관은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의 800만달러 대북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정부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기구의 대북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할지 여부와 지원 금액ㆍ방식ㆍ시기 등을 논의한다. 통일부 장관이 위원장인 교류협력추진협의회는 남북 교류ㆍ협력 사업들을 총괄 조정하는 차관급 협의체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지될 대북 정책 원칙을 담은 ‘통일국민협약’을 2021년까지 체결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가령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ㆍ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한다’는 내용이 협약에 담긴다면 정권과 상관없이 정책의 지속성이 담보되고 논란 소지도 감소할 것”이라며 “협약 체결을 위한 준비 협의체를 연내 구성한 뒤 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민간ㆍ정부 간 소통 협의체 형태의 추진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또 정부서울청사에서 천해성 차관 주재로 범정부 국장급 회의체인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고 북한 인권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 등 올해 집행 계획이 두루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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