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이어서 ‘마리아’ 상륙
최고 시속 257㎞ 강풍ㆍ폭우
도미니카 “모든 것 잃었다”
이달 초 허리케인 ‘어마’로 쑥대밭이 된 카리브해 섬들을 또다시 초대형 허리케인이 덮쳤다. 이번에는 허리케인 ‘마리아’다. 어마의 상흔이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과 10여일 만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케인 연타를 맞게 된 카리브해 지역 주민들은 “저주를 받은 것 같다”면서 공포에 떨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ㆍ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열대성 폭풍에서 1등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한 마리아는 하루 만에 최고등급인 5등급으로 격상돼 이날 밤 9시15분쯤 도미니카에 상륙했다. 최대 시속 257㎞(160마일)에 달하는 강풍이 불면서 이 지역에선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루스벨트 스케릿 도미니카공화국 총리는 페이스북에 “우리 집 지붕이 사라졌고, 집안에는 물이 넘친다”고 적은 뒤, 10분 후쯤 “나는 구출됐다”고 밝혔다. 이튿날 그는 “광범위한 파괴가 발생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면서 “엄청난 파괴로 아연실색할 지경”이라고도 했다. 도미니카에 5등급 허리케인이 닥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어마와 비슷한 경로로 이동 중인 마리아의 위협에 인근 다른 섬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주 정부는 450곳에 마련된 대피시설을 개방하고 건설용 크레인을 해체했다. 저지대 홍수가 예상되는 프랑스령 과들루프 섬에선 학교와 관공서 등이 일제히 문을 닫았으며, 주민들도 고지대의 대피시설로 몸을 옮겼다. 어마를 피해 생마르탱 섬에서 과들루프 섬으로 피신한 모르간 기야르(28)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저주의 해”라며 “언제 우리는 다시 숨을 쉴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미 허리케인국립센터(NHC)는 마리아가 19일부터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영향을 미친 뒤, 영국령 버진 제도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카리브해 북단 리워드 제도 해안가에 1.8~2.7m의 폭풍해일을 일으키고, 최대 510㎜의 폭우를 쏟아부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NHC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이 더 세져 ‘재앙적 수준’이 될 수도 있다”며 경고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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