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비정규직 해고자 등
노사, 39명 정규직 전환 전격 합의
불법파견 기간까지 소급 적용
직급ㆍ호봉 등 모두 인정 ‘첫 사례’
“정규직이 인정 돼 삼척으로 돌아가기까지 934일이 걸렸네요.”
불법파견 상태에서 일하다가 집단 해고됐던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노사가 전격 합의했다. 불법파견 기간을 소급해 정규직 직급, 호봉, 근속년수 등을 회사로부터 모두 인정 받고 정규직으로 돌아가는 첫 사례다. 2015년 고용노동부가 동양시멘트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으니 직접 고용하라고 결정했는데도 부당해고를 당하고, 법원도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으나 복귀까지는 2년 6개월이 넘게 걸렸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강원본부 강원영동지역노조와 삼표시멘트는 비정규직 근로자 39명(사내하청 업체 두성 소속 노동자 21명, 동일 소속 해고자 18명 포함)의 정규직 복직에 합의하고, 20일 오전 조인식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내달 16일부터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공장의 정규직 생산 부서로 출근한다.
노사는 고용부와 법원의 판정에 따라 직접고용일(비정규직 근무 2년 지난 시점)로부터 근속에 따른 권리를 모두 인정하고, 향후 정규 생산직의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을 적용하기로 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정규직 전환 실태를 보면 노동조건과 직급체계를 달리한 중규직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합의는 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 지위를 온전히 인정한 이례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강원 삼척시에 있는 동양시멘트 하청업체인 동일 소속 노동자들은 2014년 5월 17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원청 정규직과 뒤섞여 일하며 각종 잔업을 도맡아도 임금은 정규직의 40% 수준에 머무르는 등 차별을 받았던 터라 곧바로 고용부 태백지청에 불법파견 진정서를 넣었다. 고용부는 동양시멘트와 이들이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돼 정규직이라고 봤지만, 회사는 2015년 2월 28일 동일 소속 노동자 101명(노조원 84명)의 도급 계약을 해지했다. 두성 소속 노동자들은 계속 불법파견 상태의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해고자들의 복직 투쟁은 지난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정규직 지위가 인정됐고,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중앙지법에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도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지위가 인정됐지만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시멘트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25일 노사 교섭이 시작되며 진전을 이뤘다.
해고자들은 900여 일이 넘는 잔인한 시간을 견뎠다. 삼척에서 서울로 올라와 장기 노숙 농성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도 컸다. 해고 당시 84명이었던 조합원은 하나 둘 떠나고 18명만 남았다. 네 자녀를 둔 이재형 민주노총 동양시멘트지부 지부장은 “해고자들의 장기 농성은 가족들로부터도 이해를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3년간 아내가 식당에서 일하고 후원금을 보태도 생활비가 모자라 카드 빚이 늘었지만 불법파견 인정은 상식적인 요구라는 믿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부터 소급돼 정규직으로 인정받게 됐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앞으로 ‘시멘트업계 불법파견 신고센터’를 만들어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과 비슷한 처지인 시멘트업계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도울 계획이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시멘트업계는 하청 노동자 비율이 50% 안팎에 달하는데 불법파견이 대부분”라며 “업계 스스로 불법파견을 인정한 만큼 고용부도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파견 근로현장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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