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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에 이르는 치명적 질환 녹내장 치료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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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에 이르는 치명적 질환 녹내장 치료길 열리나

입력
2017.09.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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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시야와 녹내장으로 인한 시력 손실 비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정상 시야와 녹내장으로 인한 시력 손실 비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순환 문제로 시신경이 훼손되는 녹내장은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전 세계 40세 이상 인구의 3.5%가 녹내장을 앓고, 국내 환자는 2010년 44만4,000명에서 2015년 76만8,000명으로 5년간 73.1%나 증가했다. 특히 전체 녹내장의 75%를 차지하는 ‘원발개방각녹내장’은 근본적인 이유를 찾지 못해 치료법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이 같은 원발개방각녹내장 발생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그에 따른 치료 방법도 찾아내, 이르면 5년 이내에 녹내장이 완치될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커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고규영 혈관연구단장(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김재령 연구원(카이스트 박사과정ㆍ안과전문의) 등이 안압을 유지하는 눈 속의 체액인 ‘방수(房水)’ 배출장치 고장으로 원발개방각녹내장이 발생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방수가 정맥으로 흘러가는 통로인 ‘쉴렘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ANG 단백질과 TIE2 수용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기존에도 쉴렘관의 저항 상승으로 안압이 증가해 녹내장을 유발한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저항이 커지는 이유까지는 밝히지 못했다.

연구팀은 또 실험을 통해 쉴렘관 내피세포에 TIE2 수용체 활성화 항체를 투입하면 쉴렘관을 회복시켜 안압이 내려가는 것을 입증했다. 혈관 성숙과 안정화에 필수적인 ANG-TIE2 신호전달체계를 정상화하면 쉴렘관의 항상성이 유지되며 안압을 정상적으로 조절, 녹내장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정상적인 쉴렘관과 개방각녹내장으로 크기가 줄어든 쉴렘관 비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정상적인 쉴렘관과 개방각녹내장으로 크기가 줄어든 쉴렘관 비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실제 녹내장 환자에게 TIE2 활성 항체를 사용할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 전(前)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이를 거쳐 임상시험까지 성공한다면 약 5년 뒤에는 새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 고규영 연구단장은 “녹내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미국 임상연구학회지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다음 달 발간 예정인 인쇄본에 표지논문으로 실린다.

김창훈 기자 chkm@hankookilbo.com

고규영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와 김재령 카이스트 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고규영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와 김재령 카이스트 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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