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정우성씨 등을 상대로 투자사기를 벌여 150억대 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방송작가에게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는 1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모(47)씨에게 1심보다 2년 더 올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정씨에게 재벌들이 참여하는 ‘사모펀드’가 있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46억 2,6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수법으로 정씨 지인으로부터 14차례에 걸쳐 23억 8,000만원을 챙겼고, 다른 지인에게는 ‘황신혜 브랜드의 속옷을 홈쇼핑에 판매한다’며 2009년 1월부터 8개월간 75차례에 걸쳐 51억 3,740만원을 뜯어냈다. 이 밖에도 회사 운영자금 목적으로 빌린 8,350만원을 갚지 않은 혐의, 서울 강남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박모씨 부부에게 북한 관련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빌린 돈 가운데 1억 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박씨는 자신의 방송작가 경력을 사기범행에 적극 활용했다. 1990년대 초 방송작가로 데뷔한 박씨는 지상파 방송에서 인기를 끈 여러 드라마의 대본을 쓴 유명 작가다. 배우 정우성씨, 황신혜씨와 인연도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맺었다. 자신의 결혼식에 연예계 톱스타들이 총출동할 만큼 연예계 인맥이 넓었던 박씨는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이를 이용해 사기를 저질렀다.
재판부는 “박씨는 돈을 갚을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한 달에 30% 이자를 주겠다고 추상적으로 말하면서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며 “갚으려고 했다면 갚을 시기와 방법 등을 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씨는 사업이 정상대로 되지 않는데도 갚을 수 있다고 속였고 현재까지 남은 피해액도 65억원에 달한다”며 “자신의 가족과 친척 돈까지 끌어 모아 빌려준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가정불화 등으로 정신적 피해가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