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ㆍ가공ㆍ유통 계열화사업자 불공정 행위
정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키로
AI 보상금도 농가가 직접 수령하게
정부가 사육, 도축, 가공, 유통 등 전 과정에 간여하며 축산업계의 ‘절대 권력’으로 자리잡은 이른바 ‘축산계열화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하기로 했다. 이들이 ‘갑’의 지위를 남용해 농가에 피해를 입히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책임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축산계열화 사업분야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국장은 “축산계열화사업자의 불공정행위로 농가들의 피해와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농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자와 농가가 건전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공정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축산분야 현대화ㆍ대규모화로 등장한 축산계열화사업은 가축의 사육ㆍ도축ㆍ가공ㆍ유통 등 과정 전부 또는 일부를 통합해 경영하는 사업 방식을 일컫는다. 계열화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한 농가에 가축과 사료, 약품 등 자재를 공급하고, 출하 때는 사육 수수료를 지급한다. 특히 닭, 오리 등 가금산업에서 발달해, 지난해 기준 육계(고기용 닭ㆍ94.6%) 오리(93.7%)는 대부분 계열화 형태를 띠고 있다.
계열화가 진행되면서 생산성이 증대되는 등 장점도 있었지만 ‘그림자’가 더 짙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특히 덩치를 키운 계열화사업자들의 갑질은 수년째 원성이 자자하다. 불만을 제기하는 농가에 품질이 좋지 않는 병아리나 사료를 공급해 고사시키는 게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게 농가들의 전언이다. 사업자가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보상금을 가로채고 매몰비용과 방역책임은 농가에 전가한다는 비난도 일었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전횡을 막기 위해 우선 축산계열화법에 명시된 갑질의 범주를 기존 8개에서 18개로 대폭 늘린다. ▦농가에 대한 배타적 거래행위 강요 ▦금전, 물품, 용역 등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출하 과정에서 가축 폐사ㆍ훼손시 사육 수수료 감액 ▦사업자의 불법 행위를 신고한 농가에 불이익 부여 등은 모두 갑질에 해당된다.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된다. 사업자가 위와 같은 부당행위로 농가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해 줘야 한다. 5년 이내 부당행위를 3회 이상 저지르면 계열화사업 등록도 취소할 수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AI 살처분보상금도 사업자 대신 농가에 지급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금은 가축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 사업자들이 우선 보상금을 받고 농가에 보상금을 분배하는 구조였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농가도 보상금을 직접 받을 수 있는 단서 조항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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