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장점 앞세워
올 상반기에만 1910대 수입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
상용차 이어 SUV, 승용차, 전기차까지
중형 SUV가 2000만원에 불과
정비망도 갖추며 경쟁력 높여가
중국산 자동차들이 국내에서 일으키고 있는 돌풍이 심상치 않다. 국내시장 진입 초반에는 주로 저가 상용차 판매에 국한됐지만,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여가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세단은 물론 친환경차인 전기차까지 빠르게 판로가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산 차에 대해 저가만을 내세우지, 품질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어느새 최첨단 안전ㆍ편의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감탄이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시장에선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가 급락하는 가운데 국내에선 중국산 자동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에서 수입된 자동차(승용ㆍ승합ㆍ트럭ㆍ특장)는 총 1,910대로 전년 동기(1,253대) 대비 52.4% 증가했다. 중국산 자동차 판매의 최전선에 있는 업체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수출차 전담 생산업체 북기은상(北汽銀翔)이다. 북기은상의 공식 수입업체인 중한자동차는 ‘CK 미니밴’과 ‘CK 미니트럭’ 등 상용차 판매에 이어 올 1월 중형 SUV ‘켄보 600’을 국내에 선보였다. 켄보600은 1,999만~2,099만원에 중형 SUV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중한자동차 측은 저가라는 선입견을 뛰어넘기 위해서 중국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전국에 50여개 판매망과 100여개 정비 네트워크까지 갖추고 있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켄보600은 중국자동차안정도평가 ‘C-NCAP’에서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를 얻은 모델”이라며 “켄보600의 인기를 바탕으로 중한자동차는 지난 7월 중국차로는 처음으로 국내 누적판매 1,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중한자동차의 성공으로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진출이 더욱 활기를 띠는 양상이다. 켄보600으로 국내시장에 발판을 다진 중한차는 올해 안에 소형 SUV도 들여올 계획이고 둥펑(東風)자동차 계열사인 둥펑쏘콘(DFSK)은 지난 7월 국내에 소형 화물차 ‘C35 S5’를 출시한 데 이어 올 연말부터 대형 SUV인 ‘글로리 580’의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글로리 580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시장에서 SUV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둥펑쏘콘의 국내 공식수입사인 아르엠모터스 관계자는 “둥펑쏘콘은 2008년부터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유럽 디자이너들과 기술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품질의 수준을 높여왔다”며 “중국산 자동차는 품질이 좋지 않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기에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보유한 베이징모터코리아는 내년 하반기까지 승용 전기차 4종을 국내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부문 자회사인 BJEV는 올해 글로벌 판매량 순위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BJEV는 최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400㎞의 중형 전기차 ‘EU 400’을 출시한 바 있다. 베이징모터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전기 상용차에 이어 BJEV의 초소형 전기차, 택시 등 승용차 부문으로 판매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도 내년에 승용차를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성비다. 최첨단 안전ㆍ편의 사양을 갖추고도 동급 국산차나 수입차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특히 중국 구룡자동차가 최근 광주광역시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국내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투자에까지 나서면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신뢰도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산 자동차 수입 물량이 사상 처음으로 5,000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안정적 부품 수급과 서비스센터 확보, 한국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에 성공한다면 향후 1, 2년 이내에 중국산 자동차 수입이 지금보다 2, 3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340억달러(약 34조원)가 넘는 돈을 자동차 산업에 투자했고, 올해 4월엔 2020년까지 1,000억위안(약 17조3,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자동차업체와 자동차 부품사를 글로벌 10위권 안에 진입시키겠다는 중장기 전략도 발표했다. WSJ은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지배적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그간 합작을 통해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중국 시장 내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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