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성(64) 신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다양한 역사적 경험과 자산이 지난 10년 간 상실돼 버리면서 남북 관계 개선마저 도외시된 측면이 있다”며 “균형을 잡고 복원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통일 운동에 몸담아 온 황 처장은 “동족상잔 전쟁을 겪은 탓에 남북이 서로 외면하고 반목하며 대결을 벌인 시절이 있었지만 이후 경쟁과 대화가 병행되는 시기가 이어졌다”면서 특히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당시 화해ㆍ협력 시도들을 소중한 경험으로 꼽았다.
황 처장은 1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보수 세력 집권기 동안 흡수 통일론과 다를 바 없는 조기 통일론에 경도되다 보니 화해ㆍ협력보다 제재ㆍ압박이나 붕괴 유도에 치중한 면이 없지 않다”며 “이를 바로잡는 데 민주평통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기반 구축에 집중해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황 처장은 통일 맹목론을 부정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행복을 보장하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통일로 가는 과정은 지금 겪고 있는 분단의 고통을 하나하나 극복해가는 과정이자 유기적 통합성이 강화하면서 남북이 공히 절실한 통일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황 처장은 주장했다. 압박은 그래서 능사가 아니고,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압박이 내부 결속을 부르기 십상이고 설령 일방의 붕괴를 유도한다 해도 축적된 역량 없이 돌연 닥친 통일은 혼란ㆍ갈등을 야기할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황 처장은 민주평통이 정부의 이념 편향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구조의 안정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에 관한 대통령의 정책 수립 및 집행 관련 자문을 하기 위해 국내외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통일에 대한 합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상 기구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 때 만들어진 조직이다 보니 관변 단체라는 인식이 강하다.
황 처장은 민주평통의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자문위원들이 본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인정하는 황 처장은 “한쪽 주장을 강조하면서 분열을 심화시키기보다 차이를 인정하되 공통 기반을 확인하고 공감을 확산하는 게 바람직한 민주평통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적대와 동반이라는 대북 관계의 양 측면이 두루 반영된 정책을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처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ㆍ시민사회수석을 차례로 맡았다. 비서관 시절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기도 했고, 90년대에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집행위원장으로 재야 운동권을 이끌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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