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한화 등 43곳 해당
현재는 금융지주사 그룹에만 적용
위험관리할 대표회사 지정도 검토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삼성, 현대차, 한화 등 금융계열사를 2곳 이상 거느린 대기업 계열의 금융그룹을 상대로 매년 ‘통합감독’을 실시한다. 지금까진 각각의 금융사별로만 감독해왔지만 앞으로는 대기업 계열 금융그룹 전체가 적정한 자본을 갖췄는지, 불법적인 내부거래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앞으로 1년 정도 유예기간을 거쳐 입법으로 규제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견제를 받게 된 대기업들은 구체적인 규제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부문 경제 민주주의를 추진을 위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를 하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앞서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 때 추진됐지만 논란 끝에 무산됐던 것이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의 통합감독은 KB금융그룹 같은 금융지주사에만 이뤄지고 있다. 지주사인 KB금융지주가 그룹 전체의 위험을 통합관리하고, 당국이 이를 매년 평가하는 식이다. 이런 구조 아래선 2013년 동양그룹이 자회사인 동양증권을 동원해 기업어음(CP)을 불완전판매해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입힌 ‘동양사태’ 같은 사고가 터질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반면 삼성, 한화, 동부 같은 대기업들은 보험, 증권, 카드 등 여러 금융 계열사를 둔 사실상의 금융그룹인데도 관련법상 금융지주사로 분류되지 않아 당국의 통합감독은 받지 않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독 측면에서 금융지주사 그룹과 대기업 금융그룹 간 규제차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현재 대기업 금융그룹에 대해서도 금융지주사처럼 대표회사를 지정해 그룹 전체의 위험관리를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가령 삼성 금융그룹은 삼성생명이 대표회사가 되는 식이다. 또 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 중 2개 이상 금융계열사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감독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43곳이다. 지난 2015년 관련 논의가 진행될 당시엔 대기업 3~10곳 정도가 통합감독 대상으로 추가될 걸로 예상됐는데, 이번에 당국이 대상 범위를 대폭 넓히기로 한 셈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삼성과 같은 금융그룹은 신규자본 확충 압력에 시달릴 거란 예상도 나온다. 이 제도에선 계열사 간 중복 출자 금액을 뺀 뒤 금융그룹 전체의 자본이 충분한지 따지는 방식으로 자본적정성 평가를 하는데, 26조원(8.13%)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의 경우 자칫 이를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만 “이 제도의 취지는 그룹 차원의 건전성을 살피는 것이지 그룹이 지분을 팔아 어떤 모양새를 갖추도록 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며 “상식선에서 건전성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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