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부의 탄압에서 비롯된 ‘로힝야족 난민 사태’가 이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장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가 무슬림인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 청소’에 나섰다는 점을 빌미로, IS가 이 지역에서 지하드(이슬람 성전) 수행을 외치고 나선 것이다.
18일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에 따르면, 아요브 한 미딘 피차이 말레이시아 경찰청 특수부 대테러 담당 부국장은 전날 한 세미나에서 “말레이시아 출신 IS 조직원들이 미얀마에 대한 성전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얀마는 시리아나 필리핀 남부보다 말레이시아에 가깝고, (로힝야족의 미얀마 내 거주지인) 라카인주는 지하드의 새로운 목표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아요브 국장은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이슬람수호전선(FPI) 등 인도네시아의 과격 무슬림 단체들은 로힝야족 학살 중단을 위한 성전을 벌이겠다며 미얀마 현지에서 이달 초부터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중이다.
IS의 이러한 전략은 로힝야족 난민 사태에 따른 무슬림 사회의 공분을 ‘미얀마’라는 적에게 쏟아 붓게 하려는 것이다. 국제 연합군의 공세로 중동에서 잇따라 패퇴하고 있는 IS는 동남아 지역을 향후 주요 거점으로 삼아 세(勢)를 불려 왔다. 지난 5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마라위시를 점거했던 IS 추종 이슬람 반군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예멘, 체첸 등 타국 출신 대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던 게 단적인 사례다. 이후 4개월째 마라위시에선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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