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일본 돌고래 사냥 중단 요구 기자회견 개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일본대사관 앞에는 동물단체 6곳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해마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사냥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 다이지에서는 해마다 9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돌고래 무리를 만으로 몰아넣어 전시용 돌고래는 산 채로 포획하고 나머지는 작살로 찔러 죽이는 배몰이 사냥법으로 매년 2,000마리 가까운 돌고래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올해에는 지난 해보다 100마리나 많은 1,940마리의 사냥을 허가했습니다.
해양동물전문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다이지 어부들은 작살로 찔러 죽이는 대신 돌고래들의 급소라고 할 수 있는 숨구멍 바로 아래 부분을 쇠꼬챙이로 찔러 죽이고 그 자리에서 피가 나오지 않도록 찌른 자리에 코르크 또는 나무 막대기를 꽂아 넣는 새로운 학살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적'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쇠꼬챙이에 찔린 돌고래들은 즉사하지 않고 몸부림을 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고 하네요. 이는 일본 동물의 복지와 처우에 관한 법률에 기반해서도 비인도적이고, 비윤리적인 살상으로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게 핫핑크돌핀스 측의 주장입니다.
지난 9일 다이지 앞바다는 다시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날에만 21마리의 들쇠고래가 도살되었고 성체가 되지도 않은 세 마리는 산 채로 포획돼 평생을 좁은 수조 안에서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날 다이지 사냥을 모니터링 한 돌핀프로젝트 신시아 페르난데즈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논스톱 테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한 가족의 돌고래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도망치고 포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다이지 돌고래 사냥은 본질적인 비인도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지난 2015년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는 다이지에서 포획된 돌고래의 수족관 반입을 금지한다고 선언까지 했는데요.
동물보호단체들은 한국 정부도 일본의 돌고래 사냥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와 함께 다이지에서 포획된 돌고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09년부터 5년 동안 일본에서 수출된 돌고래 354마리 중 우리나라로 수입된 돌고래는 35마리에 달합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지난 수년간 환경부는 돌고래 수족관과 체험시설이 성행하도록 무분별하게 수입허가를 내 주었다”며 “돌고래 수입을 금지하고 수족관 내 번식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고래보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일본 정부에 돌고래 사냥 중단을 촉구하고, 환경부에는 고래류 수입과 신규 수족관 건립, 수족관내 번식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돌고래가 지능이 높고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은 이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하루에 보통 160㎞를 움직이는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둬놓는 것은 사람이 평생 침대 위에서 사는 걸로 생각하면 된다고 합니다.
일본이 다이지의 돌고래 학살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에 대한 수요가 있고,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을 막기 위해서는 수족관 속 돌고래를 관람하지 않는 거에서부터 시작할 겁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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