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호소에 눈물바다 된 법정

“대통령에 대한 왜곡 많아” 울먹

방청석 朴지지자ㆍ변호인도 펑펑

기소 이후 첫 대면 朴도 눈시울

[호6] [저작권 한국일보]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실 비서관이 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법정에서 공문서 유출 혐의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발언으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방청석을 채운 법정은 순간 눈물바다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8일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증인 선서에 앞서 “제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제가 고통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어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과 변호인 질문에 모두 증언을 거부한 뒤 퇴정 직전 발언 기회를 얻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국가적으로 참 많은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다”며 “특히 대통령님에 대해 너무나 왜곡되고 잘못 알려지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께서는 가족도 없고, 특별히 낙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조그만 성과가 나면 그걸 낙으로 삼고 보람 있게 생각하셨던 분”이라고 울먹이자 방청석에서도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대통령님께서 얼마나 정성 들여 국정에 임하셨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강변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국민들한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전달 할 수 없을까 늘 고민하셨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최순실씨 의견도 한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지시한 건 사실이지만, 문건을 전달하라는 구체적 지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최순실씨에게 문건을 준 건 저이기 때문에 제 책임을 재판장께 인정했지만, 대통령이 문건을 주라고 지시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후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처음 대면했다. 푸른색 반팔 수의 차림의 정 전 비서관은 증인석에 앉기 전 박 전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다. 안경을 끼고 정 전 비서관 발언을 듣던 박 전 대통령은 휴지로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소리 내 훌쩍였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