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모아 두는 저류지 구조 탓
인근 하천까지 녹조현상 확산
주민 “벌레도 많아 발길 끊었다”


17일 찾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한류월드 수변공원. 말끔하게 정리된 수변 산책로와 달리 물가에서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물을 가둬놓은 저류지와 하천은 녹색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현상이 심각했다. 저류지 가장자리엔 부유물과 함께 해충도 들끓었다.
인근 주민 박모(55)씨는 “악취가 진동하고 벌레도 많아 한번 가본 뒤에는 다시는 가지 않는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경기도시공사가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를 조성하면서 270억원을 들여 만든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한류월드 수변공원’이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오염의 주된 이유는 재난방제시설인 저류지(면적 1만1,712㎡)에 있다. 저류지는 우수관을 통해 미쳐 다 빠져나가지 못하는 빗물과 농업용수 등을 받아 보관했다가 물이 줄어드는 갈수기 때 하천으로 흘려 보내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저류지의 구조상 오염원이 빗물과 섞여 장시간 고여 있다 보니, 오염원이 부패하면서 수질을 악화시키고 녹조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
애초부터 물을 오랫동안 가둬 놓는 저류지 구조를 무리하게 수변공원과 연계한 것이 이런 문제를 초래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저류지는 물론 저류지와 이어진 한류천(2.7km)까지 녹조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면서 수변공원의 관리권을 넘겨받아야 할 고양시는 “수질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넘겨받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도시공사와 고양시가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2011년 11월 마무리된 한류월드 기반시설 공사에 포함된 수변공원은 아직 정식 개장도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경기도시공사가 설치한 수원 광교웰빙타운 내 빗물 정화시설인 비점오염 저감시설도 고장을 일으켜 주변 하천에 오염물질이 흘러 들어 주민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당시 오염된 물이 스며들면서 습지 곳곳에 해충이 생겨나고 악취가 진동한 것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전문기관에 수질관리 전문진단 용역을 의뢰해 수질 개선대책과 함께 예산분담 문제를 고양시와 협의하고 있다”며 “광교 비점오염 저감시설은 한때 문제를 일으켰지만, 현재 정상 가동중”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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