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대표팀이 ‘베일에 가려진’ 북한과 6년 만에 격돌한다.
홍성진(54)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 태국에서 개막하는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18일 출국했다.
B조에 속한 한국은 20일 북한, 22일 이란, 23일 베트남, 25일 태국과 차례로 맞붙는다. 5팀이 풀리그를 벌여 1,2위만 2018년 세계선수권 본선 출전권을 얻는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세계선수권 본선에 진출해 지금의 세계랭킹(10위)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태국과 1, 2위를 다툴 전망인데 일단 북한과 첫 경기가 중요하다. 북한의 세계랭킹은 115위로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국제무대에 좀처럼 나오지 않아 랭킹 점수를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과 마지막으로 경기한 건 2011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선수권 8강(한국 3-1 승)이었다. 당시 경기가 1992년 NHK배 대회 이후 19년 만일 정도로 북한은 오랜 기간 ‘은둔의 팀’이었다. 6년 전 한국은 3-1로 이겼지만 30점을 올린 김연경(29ㆍ상하이 구오후아)보다 더 많은 31점을 기록한 상대 주포 정진심이 눈에 띄었다.
북한의 가장 최근 전력을 알 수 있는 대회는 지난 해 9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배구 클럽선수권이었다. 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4.25 팀은 9위를 차지했다. 4.25 팀은 북한의 군 소속 종합 스포츠 팀이다. 4.25는 인민군 창건기념일에서 따왔다. 북한 국가대표 대부분이 4.25 팀 소속이다. 정진심은 여전히 건재했고 몇몇 더 젊은 선수들이 가세했다고 한다. 최근 취재진을 만난 김연경은 “그 때 뛰었던 3번 선수(정진심)가 굉장히 잘했다. 언니들이 ‘북한의 김연경’이라고 불렀다”며 “상대 전력을 잘 알 수 없어 복병이 될 것 같다. 잘 준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김연경과 이재영(21ㆍ흥국생명)의 시너지 효과에 기대를 건다. 김연경은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그랜드챔피언스컵에 불참하고 짧은 휴식을 하며 재충전을 했다. 반면 어깨, 무릎 부상 때문에 7월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 8월 아시아선수권에 나서지 못했던 이재영은 그랜드챔피언스컵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둘이 함께 대표팀에서 뛰는 건 지난 해 8월 리우올림픽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김연경이 지난 달 초 “국제대회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데 뛰는 선수만 계속 뛴다”며 작심한 듯 후배 이재영의 불참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둘 관계가 소원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홍 감독은 “반드시 세계선수권 티켓을 따고 아시아선수권(8.9~17ㆍ필리핀)에서 태국에 당한 패배(0-3)도 설욕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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