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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 공격에… 美 “ 주 쿠바 대사관 폐쇄 검토”

입력
2017.09.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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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청력 이상에 뇌 손상까지

쿠바 “결백”주장 불구 사태 악화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미국 대사관 전경. AP 연합뉴스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미국 대사관 전경. AP 연합뉴스

2008년 개봉한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는 난동을 부리던 헐크가 갑자기 귀를 감싸며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헐크를 한 방에 잠재운 무기는 ‘음향 대포’. 폭탄 세례에도 끄덕 않던 괴물은 엄청난 고음 공격 앞에 곧바로 순한 양으로 변했다.

소리를 활용한 이런 ‘음파 공격(sonic attack)’이 2015년 53년 만에 국교를 복원한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다시 단절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쿠바 아바나에 있는 미국 대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 말 불거졌다.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두통과 청력 이상 등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환자가 늘자 미 정부는 항의 표시로 올해 5월 워싱턴 주재 쿠바 대사관 2명을 추방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상증세가 확인된 직원은 21명. 청력을 완전히 잃고 심지어 뇌가 손상된 사례도 나왔다. 틸러슨 장관은 “특정 개인이 받는 고통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일부 직원을 귀국 조치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괴질의 원인을 쿠바 당국이나 미국에 적대적인 ‘불량국가’에 의한 음파 공격으로 확신하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음파 공격은 사람 귀에 들리지 않은 20헤르츠(㎐) 미만, 혹은 2,000㎐ 이상의 저ㆍ고주파 대역을 이용해 타격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어지럼증과 구토, 청력 손실 등을 유발하는데 미 대사관 직원들에게 나타난 증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시위 진압과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쓰이는 등 상용화도 끝난 상태이다. 영국 BBC방송은 “쿠바가 초음파 기술을 접목한 의료 연구 강국이라는 점도 미국의 의심을 사는 이유”라고 전했다.

쿠바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미 연방수사국(FBI)에 현지 조사까지 제안하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6월 쿠바와의 금융거래 및 여행 제한 계획을 내놓는 등 카스트로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을 감안하면 미 정치권의 강경 대응 분위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대사관이 폐쇄되면 가까스로 회복된 양국 관계도 다시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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