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해 ‘문고리 3인방’으로도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8일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 전 비서관은 재판부로부터 증언 선서를 요구 받자 선서를 하는 대신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제가 고통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어서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후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을 이날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재판부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서 선서까지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서를 하고 신문 과정에서 증언 거부권 행사 여부를 본인이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증언을 전체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고, 일단 (신문 사항을) 들어보고 하나하나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선서를 한 뒤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지 여부를 묻는 검찰 질문에만 짧게 답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선 “앞서 말했듯 증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재판에서 증언과 진술을 많이 했다”며 “더 이상 오늘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이미 이야기한 것에 대해선 인정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던 정 전 비서관이 푸른색 수의를 입고 증인석에 앉아 발언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책상을 바라봤다. 안경을 쓴 채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으나 정 전 비서관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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