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자 첫 조사받아
“음란물 제작 경악… MB 소환해야”
방송인 김미화씨 오늘 검찰 출석

영화배우 문성근(64)씨가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극우 성향의 단체들을 동원해 자신을 겨냥한 ‘관제시위’ 공작까지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씨는 18일 “2011년 제가 벌였던 야권 대통합을 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운동을 와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공작들이 이뤄진 사실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MB 정부 국정원의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인사 퇴출 압박과 관련한 피해자로 검찰에서 7시간 가량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와 밝힌 내용이다.
문씨는 “국정원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주고 제 사무실에서 1인 시위나 규탄 시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공작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보게 된 국정원 문건에 ‘어버이연합을 동원한 시위’ ‘여러 차례에 걸쳐 800만원 지불’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게 문씨 설명이다. 그는 이어 “실제로 활동하면서 그런 시위를 많이 보며 직접 부딪혔고, 그런 정황들은 사진으로도 남아 있는 것이어서 입증이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이런 어버이연합 활동이 누군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고 벌어졌을 것이라 짐작했는데 그게 국정원 문건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씨는 이날 검찰에서 국정원 주도의 음란합성사진 유포 피해를 비롯해 MB 정부 당시 방송과 영화 출연 무산 등 불이익을 당한 정황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아울러 자신의 주변 인사들에게 광범위하게 벌어진 석연찮은 세무조사 의혹에 대해서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인 고 문익환 목사의 뜻을 교육철학으로 삼아 설립한 대안학교 ‘늦봄문익환학교’가 국정원 사찰 공작을 받은 정황도 검찰 조사실에서 얘기했다고 전해진다.
문씨는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태크스포스(TF) 조사결과로 확인된 MB 정부 문화ㆍ예술인 블랙리스트 피해자 82명에 포함돼 그 중 첫 피해자 진술을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초기인 2009년 국정원은 ‘좌파 연예인 대응TF’까지 꾸려 문씨 등 정권에 비판적인 연예인의 프로그램 하차 등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심지어 국정원이 민간인 사이버외곽팀을 동원해 2011년 10월 이미지 실추를 노리고 문씨와 배우 김여진씨가 나체로 침대에 누워 있는 합성사진을 제작ㆍ배포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소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구인 만큼 내부 결재라인을 통해 집행된 공작은 이 전 대통령도 알았을 테니 그를 소환 조사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조사실로 향하기 전 “이명박 정권 수준이 (극우 성향 사이트) ‘일베’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라며 MB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을 했다. 음란물 제작에 대해 “세계만방에 그야말로 국격을 있는 대로 추락시킨 것에 대해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문씨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김자연 변호사 등을 통해 민사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이달 말까지 피해 사례를 수집해서 다음달 중 소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방송인 김미화씨도 19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MBC 라디오 프로그램 돌연 하차 경위 등 피해 경험을 진술할 예정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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