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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LF, 사명에서 ‘LG’ 떼고 진정한 홀로서기… 신사업 성과는 아직

입력
2017.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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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업부 들고 독립했지만 성장한계 직면에 사업분야 확장

2014년 LG패션→LF로 변경, 그룹과 마지막 연결고리도 끊어

구본걸 회장
구본걸 회장

"더 이상 의류회사가 아니다."

지난 2014년 4월 구본걸(60) LG패션 회장이 사명을 LF로 바꾸고 내놓은 일성이다. LG패션은 2006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했지만 그동안 LG라는 사명은 계속 유지해 왔다.

사명 변경은 구 회장이 직접 추진했다. 패션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구 회장은 식품과 유통사업 등으로 회사의 외연을 넓히자는 뜻으로 사명을 과감히 바꿨다. 바뀐 사명 LF는 ‘라이프 인 퓨처’(Life in Future·미래의 삶)의 줄임말이다.

사명 변경에는 LG그룹의 테두리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도 담겨 있다. 구본걸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손자로 LG상사의 초기 성장을 이끈 고(故) 구자승(창업주 차남)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기도 하다.

아버지 손때가 묻어있는 LG상사에서 패션사업부를 들고 독립한 구본걸 회장이 한동안 LG라는 이름을 사명에서 쉽게 떼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자신이 경영 일선에 선지 10년째 되던 해 LG그룹과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사명도 바꿔버리며 진정한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계열분리 시 사명이 함께 바뀌는 게 보통인데, LF는 이 작업이 많이 늦어진 편”이라며 “아버지와 LG상사의 관계 등 복잡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독립 브랜드로 시장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을 쉽게 내리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창업주 손자의 쓸쓸한 홀로서기

외식업 등 10여개 신사업에도

매출 90% 여전히 패션에 의존

“단기간 너무 많은 사업도전 무리”

LF는 우리나라 1세대 종합무역회사인 반도상사(현 LG상사)가 1974년 출범시킨 반도패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흔히 종합상사를 설명할 때 ‘라면에서 미사일까지’라는 표현을 쓰는데, LG상사도 원료 수입, 패션, 유전개발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왔다.

반도패션은 시장에 진출한 뒤 우수한 봉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때까지 ‘좋지 않은 옷’을 뜻하던 기존 기성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드리며 국내 패션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또 의류업계에 토털패션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고 스포츠용품을 개발하는 등 국내 선두 패션업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져나갔다.

구본걸 회장과 반도패션은 ‘아버지와 LG상사’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구 회장의 선친 구자승 전 사장은 1960년 LG상사에 입사해 1970년 사장 자리에 올라 회사를 경영했다. 하지만 불과 4년 뒤 4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LG상사가 반도패션을 출범시켰던 1974년 바로 그 해 벌어진 일이다.

1990년 LG증권에 입사해 그룹에 첫발을 들인 구 회장이 결국 LG상사에 자리를 잡을 거라는 전망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 것도 아버지의 이런 경력 때문이다. 그룹 기업투자팀장을 맡는 등 재무통으로 활약해온 구 회장은 2004년 LG상사 패션사업부문장(부사장) 자리를 옮기며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룹 핵심 경영권에서 멀어진 구 회장은 2006년 LG패션을 들고 LG상사를 나오는 결정을 내린다. LG상사의 초기 발전을 주도했던 창업주 차남(구자승) 일가가 LG상사 전체도 아닌 상사의 패션사업부만 들고 계열분리를 시도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걸 회장으로서는 사실상 아버지의 회사인 LG상사를 놔두고 패션 사업부만 들고 그룹을 나온 것에 적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구 회장이 패션사업을 넘어 여러 사업에 진출해 회사를 키우려는 의지가 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활발한 신사업… 성과는 아직

구 회장은 2006년 계열분리 후 곧바로 다양한 신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2007년에는 LF푸드를 100% 자회사로 설립해 외식사업에 진출, 일본 라멘 전문점 ‘하코야’, 씨푸드 뷔페 ‘마키노차야’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라이프스타일 전문 케이블 방송 ‘동아TV’를 인수하며 방송 사업에 진출했고, 올 초에는 여행 전문 채널 ‘폴라리스 TV’를 인수해 방송 사업을 확대했다.

주류 시장도 LF의 신사업 분야다. LF는 올해 초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 프리미엄 테킬라 ‘페트론’ 등을 수입하는 수입주류 전문 유통업체 ‘인덜지’의 지분을 50% 이상 인수했다.

이밖에 화장품, 식자재 유통, 호텔과 아웃렛 건설 등 30여개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10여개 이상의 신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LF는 연결기준으로 1조5,292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90% 정도인 1조3,798억원은 여전히 패션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패션사업을 넘어 생활문화 종합기업으로 도약하자는 구 회장의 3년 전 선언이 무색한 수준이다.

확실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너무 많은 신사업에 손을 댄 게 패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패션산업을 분석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와 집중이 필요한데 LF는 재무구조에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다양한 분야로 손만 뻗치고 있다”며 “단기간에 LF가 패션기업 테두리를 벗어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주력인 패션산업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도 LF의 고민이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 여파로 패션 시장은 수년째 성장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LF의 패션사업 매출은 2011년 이후 6년간 1조4,000억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시장 불황으로 LF뿐만 아니라 삼성, 코오롱 등 다른 업체들도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기는 하다”며 “하지만 패션사업 강화 대신 신사업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은 LF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갯속 후계구도

LF의 후계구도는 아직 구체적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구본걸 회장이 LF의 최대주주(18.8%) 자리를 확보한 가운데, 그의 두 동생인 구본순(8.55%), 구본진(6.88%) 씨는 나이 순서대로 2, 3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본걸 회장은 아들과 딸 두 자녀를 두고 있는데 아직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두 자녀가 확보한 지분율도 1% 미만으로 후계구도에서 유의미한 수치라 볼 수 없다. 특이한 점은 LF에서 구본걸 회장 동생들의 흔적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인 구본순 씨는 고려조경 등 자신만의 회사를 운영하며 LF 경영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었고, LF 부사장 겸 등기이사로 활동했던 막내 구본진 씨도 2015년 이후 회사 임원 명단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장자 승계 원칙이 확실한 구 씨 일가에서 구본걸 회장 형제간 추가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 구 씨 일가는 예전부터 장자 승계 원칙을 충실히 따라 왔다”며 “구본걸 회장 동생들이 보유한 지문 몫만큼 LF 소속 계열사를 들고 추가 계열분리에 나서고, LF 경영권은 결국 구 회장 자녀에게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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