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ㆍ화염 차단 폐쇄기 오작동
2년 간 부품 결함 등 가능성 은폐
지난달 유사 사고 방지 기회 놓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년 전 K-9자주포 화재 사고 원인 등을 청와대에 허위 보고한 정황이 확인됐다. 3명의 사병이 사망한 지난달 K-9 폭발 사고를 미연에 차단할 기회가 있었지만, 군 당국이 지난 2년 간 은폐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방위사업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8월 K-9 사고 직후 ADD의 원인 규명 작업은 상당히 미흡했다. ADD는 당시 포탄 발사 후 연기와 화염이 포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하는 폐쇄기가 미처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격발을 제어하는 멈춤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극한 시험 조건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방사청은 “이상 격발이 멈춤자 기능 상실 탓이라고 추정했다면 설계 결함 여부를 살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정상인데 ADD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ADD가 불과 6시간의 모의 시험으로 사고 조사를 끝냈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ADD가 전력화한 1,000여문의 K-9에 대해서는 아예 아무런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 실제 ADD는 “압력이 20% 이상 강한 장약을 사용해 사격을 할 때는 멈춤자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 구역에서 원격으로 포의 뒷부분을 폐쇄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무시한 채 ‘극한 시험 조건’이라는 조사 결과에 짜맞추려는 의도였다는 게 방사청의 판단이다. 더구나 ADD는 K-9을 운용하는 육군 부대에는 이런 사실을 전파하지도 않아 위험을 방치했다. 방사청은 “K-9 운용 교범까지도 바꿨어야 했다”고 질책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 당국은 지난달 18일 강원 철원군 육군 부대에서 K-9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2년 전 K-9 사고와는 다른 환경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꼬리를 자르는데 여념이 없었다. 방사청 조사 결과 ADD는 심지어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2년 전 사고를 보고하면서, 이후 모든 K-9 운용 부대의 안전 절차를 보완한 것처럼 과장하기도 했다. 특히 2년 전 사고 조사에서는 무시했던 장약의 압력을 최근 설명에서는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 올해 육군 사고와 별개의 것으로 분리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철희 의원은 “2015년 사고 때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ADD 관계자를 모두 문책하고 지난달 K-9 사고와 관련한 합동조사위원회에서 ADD를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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