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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된 노작가의 몸, 폭력성을 까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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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된 노작가의 몸, 폭력성을 까발리다

입력
2017.09.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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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제공

괴이하게 비틀고 잔인하게 까발리기. 미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인 폴 매카시(72)의 장기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작가는 자신의 신체를, 동화의 환상을 뒤틀어 인간의 폭력성과 욕망을 폭로한다.

늙은 남자의 나신 모형을 절단하고 변형한 ‘컷업(Cut upㆍ부상 입히다)’ 연작. 우레탄 레진으로 주름과 모공까지 재현한 볼품 없는 몸은 작가의 것이다. 사람의 몸을 정육점 고기처럼 함부로 벌여 놓은 전시실은 동유럽 공포영화 속 고문실 같다. “몸을 해체해 세계의 폭력성을 얘기하고 싶었다. 폭력을 제대로 보여주려 내 몸을 썼다. 1960년대부터 내 몸으로 작업해 왔다. 몸은 늘 중요한 재료니까. 이번 작품엔 나이 들어 몸이 쇠약해지는 느낌과 10년 안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실감을 담았다.”

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제공

“퍼포먼스는 내 예술의 바탕”이라는 작가는 작품 제작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프랑스 전위미술가 프란시스 피카비아(1879-1953)의 회화 ‘여인과 우상’을 모티프로 삼은 ‘피카비아 아이돌(우상)’ 연작에서다. 피카비아 회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우상을 실리콘 주형으로 뜨면서 작가는 주형의 뼈대(코어)에 흥미를 느꼈다. “코어에 담긴 우연적이고도 예측 불가능한 추상성과 형태의 근원으로 환원하는 힘을 발견했다.” 연작은 조각 완성품인 ‘피카비아 아이돌’과 그 뼈대인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 뼈대의 뼈대인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 코어’로 구성됐다. ‘코어’와 ‘코어 코어’로 갈수록 우상의 형태가 뭉그러진다. 이를테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의 현대미술 버전이다.

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제공

작가는 2012년 국내 첫 개인전에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들’의 난쟁이를 음흉한 존재로 묘사해 할리우드와 미디어가 우리의 욕망을 상업화하는 방식을 꼬집었다. 이번엔 백설공주를 비틀었다. 외설스러운 미소를 띤 공주의 커다란 머리가 훼손된 ‘화이트 스노우’로 문화 콘텐츠에서 ‘영원히 아름답고 순수할 것’을 강요 받는 여성을 풍자했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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