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개최 화장품 산업 간담회
인허가ㆍ규제 쥔 식약처 쏙 빼
잘 나가는 화장품 둘러싼 신경전
“주제와 관련 적어” 옹색한 핑계
지난 12일 충북 KTX오송역 세미나실에서 화장품 업계와 단체, 학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화장품산업 현장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자리였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수출 환경 변화와 업계의 애로ㆍ건의 사항을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직접 챙겼습니다. 박 장관은 “연말에 화장품 산업 종합 발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도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간담회에 나온 정부 측 참가자는 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이 전부였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빠져 있었습니다. 화장품법은 식약처가 주무부처이고 더구나 간담회가 열린 오송역은 오송에 본청이 있는 식약처의 앞마당이나 다름 없는 곳인데요. 왜 식약처는 부르지 않은 걸까요.
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처는 화장품 수출 지원에 있어 주로 국내 제품 원료의 외국 인허가 등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간담회 주제와는 관련이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두 부처의 해묵은 알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은데요.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 인허가와 규제는 식약처가 담당하지만, 산업 진흥은 두 부처 모두가 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두 부처는 손 잡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복지부는 ‘규제 기관인 식약처가 산업 진흥에까지 앞장서려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는 생각을, 식약처는 ‘화장품에 별 관심이 없던 복지부가 ‘K-뷰티’가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작년부터 뒤늦게 뛰어 들었다’는 속내를 각각 품고 있기 때문인데요.
복지부가 간담회에 부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며 “다만 두 부처 행사에 서로 교류가 적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0년 한ㆍEU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앞두고 화장품 산업이 피해 예상 산업으로 지목되면서 그때부터 꾸준히 진흥에 나섰다”면서 복지부가 뒤늦게 숟가락을 올린다는 시각은 잘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부처가 진행하는 화장품 수출진흥 사업을 볼까요. 식약처는 ▦온라인 화장품 수출지원센터 운영 ▦원아시아 화장품ㆍ뷰티 포럼 개최 ▦할랄 화장품 인증 교육 및 컨설팅 등을, 복지부는 ▦중국 화장품시장 개척단 운영 ▦중소화장품 기업과 중국 현지 바이어의 비즈니스 미팅 지원 ▦미국인의 피부 특성을 조사ㆍ연구해 화장품 기업에 제공 ▦화장품 연구개발에 50억5,000만원 지원 등을 각각 실시합니다. 두 부처는 ‘성격이 다른 사업들’이라고 강조하지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움직여서야 효율성이 있을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양한 지원의 연관성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두 부처가 좀 더 힘을 합치면 좋겠다”(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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