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 방송인 김미화 19일 참고인 조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와 KBS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확인에 나섰다.
17일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넘겨 받은 관련 문건 중엔 2010년 3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 지시로 작성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같은 해 5월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된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문건이 포함돼 있다. MBC 문건에는 ‘일괄 사표를 받고 나서 선별적으로 수리하는 방식으로 핵심 경영진을 교체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MBC에선 문건 내용과 유사한 상황이 실제 벌어졌다. 문건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MBC 관련 문건이 작성된 2010년 3월엔 김재철 사장이 새로 임명됐는데, 앞서 2009년 12월에는 엄기영 사장과 임원 8명이 재신임을 묻겠다며 일괄 사표를 내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이를 수리했다.
KBS 관련 문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국정원이 방송사 고위 간부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또 원 전 원장 지시로 2010년 10월 SBS의 물 산업 관련 프로그램 특집행사와 관련해 4대강 사업 비판을 자제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방송사 주요 간부와 프로듀서(PD) ‘블랙리스트’도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월엔 한 PD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방송대상 수상작 선정에서 탈락시키도록 방송사에 요청했고, 그 해 4월엔 특정 라디오 PD가 지방으로 발령이 나도록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식이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TF 조사에서 ‘문화ㆍ연예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밝혀진 방송인 김미화(53)씨를 19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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