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여권 내부에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에 이어 김명수 후보자마저 지켜내지 못하면 국정 운영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 협조한 만큼 김 후보자 인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야당을 압박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김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을 문제삼아 임명동의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헌재소장 임명동의 부결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국민의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뗑강’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임명동의 절차조차 진행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가 24일까지여서, 여야 간 힘겨루기가 계속된다면 헌정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김명수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에 제 역할을 다하는 등 대법원장 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사법개혁 의지가 뚜렷하고 재산ㆍ병역ㆍ표절 등 도덕적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가 좌파 성향 아니냐, 대법관 출신 아닌 사람이 대법원장을 해도 되느냐라는 두 가지 논리로 김 후보자를 공격했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가 좌파 성향이라는 어떤 근거도 내놓지 못했다. 58세 현직 법원장 출신에 대해 ‘경륜 부족’을 들먹이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사법 관료주의에 물든 현직 대법관 출신보다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을 훨씬 더 잘 수행할 수도 있다.
대법원장 인사청문회는 향후 6년간 사법부를 이끌어갈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 도덕성을 검증해 적격 여부를 가리는 절차다. 그럼에도 야당은 김 후보자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판사를 증인으로 부르는 등 정략적인 발목잡기로 일관했다. 사법개혁의 적임자인지 본질을 따지기보다는 당리당략 차원의 인신공격과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들이대며 시종 시비를 걸었다. 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김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협조하는 게 옳다.
여당도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법원장마저 공석이 될 수 있는 엄중한 현실을 인식해 야권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강한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원색적인 발언으로 야권을 자극한 여당 지도부의 오만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사법부 수장 공백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회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여야는 감정 대립에서 한발 물러나 오로지 국민과 나라의 앞날을 보고 김 후보자 인준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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